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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

언니. 잘 지내요? 가끔 늦은 밤에 뜬금 없이 전화 하고서는 한 시간, 두 시간 자기 얘기를 줄줄 얘기하던 언니가 생각나네요. 갑자기 무슨 일인가 싶어서 듣고 있다보면 언니는 '그냥, 생각나서.' 라고 대답했었죠. 그럴 때 마다 심심했나? 생각이 들다가도 내가 얼마전에 SNS 에 올린 글을 언니는 화두로 삼았죠. 근데 언니. 거기에 내 얘기는 없었어요. 시작은 분명 내 얘기였던거 같은데 그 주제로 언니는 본인 얘기를 계속 꺼냈죠. 얼마전에 있었던 고객사와 있었던 얘기, 서른 살을 마주보고 있었을 때 무시 당했던 일, 십년 전에 모르고 지나갔던 연인의 가스라이팅 얘기까지. 이 사람은 도대체 그런 얘기를 나한테 어쩜 이렇게 쉽게 얘기하지? 생각이 들 때도 있었어요. 그러다가 내가 그 매번 연락 할 때마다 그..

막장

저녁을 먹고는 조급한 마음으로 카페로 향했다. 얼마나 급했는지 마스크도 쓰고 나오지 않아서 지나가는 아이가 겨우 눈만 빼꼼 내밀고 얼굴 대부분을 마스크로 덮은 채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내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걸 자각했다. 집으로 다시 돌아가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 저번에 읽던 책을 처음부터 다시 읽고 있는데 잘 읽히던 책이 오늘은 들어오지 않는다. 머리 속이 눌러붙은 양념 때문에 잘 돌지를 않는다. 책 읽을 시간이 두시간 밖에 없는데 아무래도 오늘은 아닌거 같다. 오랜만에 쉬는 시간에 밀린 일기를 마저 쓰자고 마음 먹었지만 결국엔 보다 만 디어마이프렌즈 드라마를 다 보고 말았다. 뭐라도 하나 했으니 됐다. 나는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 같다. 노배우들의 연기는 정말이지 너무나 사실적..

일상다반사 2022.01.31

명절 연휴

눈을 뜨니 오후 네시쯤 되었다. 기상시간이 점점 늦어진다. 어젠 잠깐 눈을 붙인다는게 여섯시가 되어서 깼다. 순간 지금이 저녁 여섯시인지 새벽 여섯시인지 알수가 없었다. 다행이도 엄마가 저녁 여섯시라고 알려줘서 날짜를 기억할 수 있었다. 작업은 잘 안됐다. 그래도 잠을 청하려고 자기전에 위스키 한잔을 급하게 마셨다. 연휴라 그런지 여유가 조금 생긴거 같기도 하고 바깥 공기도 쐬고 싶어서 오랜만에 이마트에 갔다. 혼자 가려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서 친구에게 연락했는데 동네에 유일하게 남은 오랜 친구도 일한다고 바쁘단다. 이번 연휴엔 다들 추가 근무수당 받아야 한다고 열심히 사는 것 같다. 다른 동네 친구는 명절이라 조카왔다고 해서 못 보고 다른 친구는 내일 본가에 간다고 그래서 불러냈다. 이마트에서 내가..

일상다반사 2022.01.31

그 해 우리는

친구가 되자는거 보고싶다는 다른 말인거.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싶다는 말인거. 너랑 함께 하고 싶다는 말인거. 그러니까 남녀노소 불문하고 나랑 친구 해 달라고 매달리고 싶다. 내가 보고 싶다고 해주지 않을래? 나를 계속 사랑해주지 않을래? 혼자 사는건 너무 외로워서. 그래서 너랑 같이 있고 싶어서. 내가 가만있어도 나를 찾아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직까지는 그렇게 느껴지진 않는다. 나는 언제나 외로우니까. 누가 내 옆에 있어주면 좋겠다. 가끔 말고 지속적으로 아니면 규칙적으로라도. 그러면 나는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을텐데 말이다. 예전엔 의형제에 왜 그렇게 의미를 두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그런 가족같은 사이야? 아니 그건 어쩌면 친구보다 못한 사이일걸. 나는 너를 친구라고 생각해. 라는 말은 나한테 ..

일상다반사 2022.01.28

Yes or Something else

꼰대같은 말을 하나 하자면 무언가 선택할 일이 있을 때 내가 그 선택 말고 다른 선택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찾아보는 일이다. 그리고 내가 무슨 선택지를 만들 수 있는지도 생각해 보라고 하고 싶다. 선택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온다는건 누군가가 질문을 했을 때 이다. 보통은 이거 해볼래? 가 전부인 질문. 이건 Yes or No 두가지 선택지를 준다. 하지만 여기에 다른 보기를 만들어 주는건 내가 해야 할 일이다. 그 사람이 원한건 거의 대부분이 Yes 라는 대답이다. No 라는 선택지는 신경쓰지 않는다. 그리고 더 신경쓰지 않는건 그 외의 답안이다. 그 지문엔 예시는 있을 수 있어도 정답은 없다. 정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만든 보기도 정답이 아닐 수 있다. 내가 하고자하는 말은 Yes or No 두개..

일상다반사 2022.01.25

수면제

담배 피는 중. 습관이 참 무섭다. 중독성은 말 할 필요도 없고. 하루에 자기전에 스트레이트 한 잔에 담배 두개피. 이 시간에 자려면 그게 필요하다. 정신은 멀쩡하지만 몸이 피곤하다. 허리도 아프고 손도 아프다. 이럴 때 수면제 대신하는게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연초를 다시 피기 시작한지 얼마 안됐다. 지금은 전담과 연초를 병행하는 중인데 연초를 안피다가 피니까 기분이 좋다. 문제는 연초를 계속 피면 그 기분이 안난다는거. 내가 원하는건 금단 증상을 해소하는 쾌락일까.

일상다반사 2022.01.24

나빌레라

언니가 결혼을 할건데 SNS로 알리기 전에 나에게 먼저 연락한다며 카톡을 보내왔다.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식장을 잡았기에 결혼식 날짜가 나온거라 연락한 것 같다. 카톡으로 답장을 하다가 이내 못참고 전화를 걸었다. 축하한다는 말을 문자로 얘기하기엔 내 감정이 벅차 올랐다.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그 누구의 결혼 소식에도 이런적이 없었는데 그녀의 결혼 소식에는 왜 눈물이 날을까. 그녀가 결혼을 한다는 이유 때문일까 아니면 나에게 먼저 연락을 줘서 일까. 이상하게 손이랑 발에서 땀이 난다. 방이 더운것도 아닌데. 펜을 잡고 있는 손에서 땀이 나는건 그러려나보다 했는데 발에선 땀이 왜 나는 걸까. 가만있은 나에게 발은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이상하다. 노화하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인가? 모르겠다. 보고싶었던 드라..

일상다반사 2022.01.23

굿와이프

인생의 넋두리를 하다보면 꼭 부모님 이야기가 나온다. 넋두리라는게 그런거 같다. 내가 원치 않지만 겪게 되는 일. 원하는 일이 이루어진다면 행복하겠지만 원하지도 않는 일이 생기는건 매일 행복할 수는 없다는 순리 일까? 가끔은 그 속에서 소소한 행복도 찾아 볼 수는 있지만 정말이지 네잎크로버를 찾는 기분이다. 생활 습관이 맞지 않는 사람이랑 함께 산다는건 정말 어려운 것 같다. 결혼해서 누군가랑 같이 살게 된다면 정말 힘들 것 같다. 가족은 어쩔 수가 없다. 좋아하기보단 사랑하는 사람들이니까. 내가 가진걸 내어주는게 싫진 않지만 달라고 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엄마가 오랜만에 설거지를 하고 개수대와 조리대 정리를 했다. 우리집에서 가장 금방 더러워지는 곳이다. 동생은 깨끗하다고 얘기했지만 나는 마음에 들지 ..

일상다반사 2022.01.20

2022년 1월 17일

이번주에 갑자기 일이 몰렸다. 특이한건 아니다. 언제나 그러니까. 일이 몇달을 없다가도 일년에 한두달은 몰리니까. 예전엔 그게 마냥 불안했는데 지금은 극복하려고 많이 노력중이다. 예정에 있던 일이 들어오지 않았지만 그거 말고도 다른 일이 있으니까 신경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지금 가진거에 집중해야지. 그래도 먹고 살만은 하다. 노후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이 된걸까. 불과 몇년전만해도 오늘을 사는거에 급급했는데. 요즘은 내가 얼마나 더 오래 살지가 궁금하다. 더 살까? 더 오래 살까? 뭐라고 적어야 할지 모르겠다. 삶을 끝내보려고 한적이 없진 않다. 누구나 그러겠지만. 그러니 지금은 더 오래 살까? 가 맞는 표현같기도 하다. 가슴 속에 뭍어둔 사직서 처럼 유언장을 적어볼까 생각도 해봤는데 아..

일상다반사 2022.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