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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언어에 속지 않는 법 ㅡ 허새로미

한국어에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영어 수업이라고 하나 영어 공부에 관한 이야기는 없다. 언어 공부를 하면서 느끼는 모국어의 다른 면을 보고, 언어의 영향력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면 "Nunchi" 는 누군가의 "Kibun"을 감지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같은 말이다. 5.0/5.0 내가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눈에 남았던 단어가 "Nunchi" 와 "Kibun" 이다. 이 두 단어는 이상하게도 한글로 읽히는 것 보다 영어로 적혀 있는 것이 더 와닿았다. 한국말이긴 하나 나 조차도 이 단어의 정의를 정확히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눈치는 "타인의 기분 또는 어떤 상황을 때에 맞게 알아차리는 능력, 혹은 그에 대한 눈빛"이라고 위키백과는 정의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이 단어 하나로 눈치를 보는 그 상..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ㅡ 김하나 황선우

혈연관계가 아닌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산다는건 결혼이나 동거나 다를게 없다. 서로 살림을 합친다는 것은 룸메이트, 플랫메이트와는 달리 나와 상대의 물건과 삶을 공유하는 것이다. 동거인? 사실혼? 누가 내 미래를 책임져 줄 수 있을까? 동성 결혼이 합법화가 되어 있지 않은 현 우리나라의 상황상 법이 가로 막는 것들이 많다. 하물며 노년에 접어들어 같이 살지만 법적으로 결혼 서류를 만들지 않고 20년 넘게 함께 사는 우리네 할아버지도 할머니의 법적 보호자는 아니다. 책에서는 '농담 스위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혼자 살면서 대충 먹고 지내던 사람 둘이 같이 살게 되면서 사소한 장난, 시시콜콜한 농담, 시답지 않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일상의 스트레스와 긴장을 풀게 되었는데 그게 농담의 스위치를 켜주었기 때문이..

앵무새죽이기 (To killing a Mockingbird) ㅡ 하퍼 리 저/김욱동 역

하퍼 리의 타계 3주기를 맞아 예스24에서 양장 특별판이 나왔다. 한 번은 보고 싶은 책이었는데.. 커버가 예뻐서 바로 샀다. 예쁜 양장 책! 하지만 열린 책들에서 나오고 있는 일반판 책에 있는 귀여운 마을 지도는 없다. 가끔 외국책들을 보고 있으면 이름이 꽤나 헷갈린다. 애칭을 쓰기도 하고, 이름이 아닌 성으로 부르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런 걸 일일이 적어주는 친절한 작가는 없다. 출판사에서는 국내정서를 고려해서 짧게나마 적어주면 참 좋을 텐데! 이 책에서 나오는 주요인물들은 주로 성으로 불리는 동네 주민들이라 헷갈리는 일은 없지만 화자의 이름은 참고가 필요하다. "진 루이즈 핀치" 일명 "스카웃"이라고 불리는 6살의 어린 화자다. 책에서는 약 3년의 시간이 흐른다. 책의 초반엔 스카웃이 학교에 다니기..

길 잃은 개 ㅡ 장준영

- 집 밖으로 나와 어디를 가던간에 매번 꼬옥 챙기는 것이 있다면 그건 '집 열쇠' 였다. 집 근처에 잠깐 산책을 나갈 때도, 짧지도 길지도 않았던 외국생활에도 크게 쓸모 없었던 열쇠 하나를 언제나 몸에 지니고 다녔다. 그건 내가 돌아 갈 수 있는 곳을 알려주는 작은 징표였고, 다르게는 나의 존재의 기원을 알려주던 상징이었다. 주머니에 들어있던 작은 열쇠 하나만으로도 내가 어디에 있던 무엇을 하던간에 어떤 상황에서도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정서적 위로는 낯선 길을 걷다 서늘한 바람을 들이 마쉴때 마저도 안정감을 주었다. '집'이라는 단어. 그 한 글자의 단어에 담긴 힘이 얼마나큰 안도와 위안을 주는지 깨달아 본 적이 있는가. 정처 없이 길을 걷고 헤메이다 해가 넘어갈 무렵 사방이 막힌 벽과 비를 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이병률

바람이분다당신이좋다이병률시인이7년만에출간하는산문집끌림두번째 지은이 이병률 상세보기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이병률 저 - 나는 바람이 되고 싶다. 바람이 되어 네 귓가에 속삭이고 싶었다. 바람이 되어 너를 간지럽히고 싶었다. 바람이 되어 옆에 있고 싶었다. 그렇게 바람이 되어 너를 웃게 만들고 싶었다. 내가 바람이 되면 분명 나는 너를 떠나지 못하고 바람이 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