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았던 곳/해외 47

중국 길거리 음식 샤오빙(烧饼)

혼자 여행을 다닐 때면 한 번은 식당에 가고, 한 번은 길에서 먹는 편이다. 누군가 같이 있으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혼자 먹는 건 조금 쓸쓸하고 맛이 없다. 길에서 군것질을 하나 둘 하다 보면 그 동네 분위기에 좀 더 집중하게 된다. 중국에 처음 도착해서 먹은 샤오빙. 허기질 거라 생각했는지 아이비가 가는 길에 사줬는데 나는 그게 가게 인지도 몰랐다. 길모퉁이에 일 미터 정도 되는 항아리가 있었는데 그 안에서 꺼내 주셔서 나는 화덕만두라고 생각했다. 생긴게 납작한 거 보니 호떡인가. 참깨 반죽 안에 춘장 느낌의 소스와 만두소를 채워 고소하면서도 짭조름했다. 허기를 달래기 좋은 음식이었고 중국에 온 걸 실감했다. 기회가 되면 또 먹어보고 싶었는데 내가 눈썰미가 안 좋은 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이름이 너무 ..

대학교 구경

대학 생활을 너무 재미 없게 보냈다고 생각하는 탓인지 남의 대학 생활 이야기는 꽤나 재미있어 보인다. 어쩌다 친구네 대학에 갈 일이 생기면 꼭 캠퍼스를 구경하고 나오곤 한다. 짜장면 한그릇 시켜먹으면 좋을 것 같은 자리에 앉아서 수다 한그릇을 하면 그 학교 학생이 된 것 같다. 어느 날인가 브리즈번 시내를 걷다보니 발걸음이 QUT까지 와버렸다. 생각해보니 여기도 내 친구가 나온 대학교. 캠퍼스를 구경하다가 목이 말라 자판기에서 콜라 하나를 뽑아 마셨다. 이제 그 친구와 함께 친구가 나온 대학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눌 수 있겠다. 그리고 그 자판기에서 뽑아 먹었던 콜라가 맛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논 할 수 있겠지.

Le Monde de Sophie, France

아를에서의 첫 날 우연치 않게 들렸던 가게. 이후 매일 아침 들리게 되었다. 짧은 기간동안 단골이라 부르기엔 그렇지만. 친구네 집에서 간단하게 아침 먹는 기분이었다. 불어가 서툴었던 여행객에게 친절을 베풀어준 고마운 친구.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샐러드와 샌드위치 그리고 따뜻한 수프까지. @ Le Monde de Sophie add. 14 Rue de la République, 13200 Arles, France tel. +33 4 90 97 11 03

비행기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갈 때 꼭 한번씩은 비행기 사진을 찍곤 한다. 여러 나라를 다니지 않는 이상 인천공항 아니면 김포공항에서 비슷한 앵글로 찍히는 그 뻔한 비행기 사진. 거기엔 정말 설레이는 마음이 담겨져 있다. 잦은 출장으로 인해서 비행기를 타는게 아니라면 보통 사람들은 여행을 다닐 때 비행기를 타곤 하기에. 차창 밖으로 비추는 풍경들을 보며 경치를 감상하며 기차를 타고 가는 것 보다 비교적 짧은 시간동안 구름 속에서 지루하게 비행기를 타는게 더 설레이는 이유. 안대를 하고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났더니 정말 꿈만 같이 낯선 풍경이 펼쳐져 있어서. 자고 일어난 것 처럼 눈을 떠보니 말로만 들었던, 사진 속에서나 봤던 환상의 것 들(?)이 눈 앞에 있지 않은가. 참 뻔한 이유다. 그 뻔한 이유 때문에 비..

산티아고 순례길, 여기가 어디지?

- Sí oui yes - 분명 조금 전에 본 민달팽이는 검은색이었는데, 지금 본 민달팽이는 갈색이다. 같은 종이 확실한데 도대체 뭐가 달라진걸까 싶어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길의 경사가 완만해졌고, 나무들의 키가 낮아졌고, 어디선가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못 보던 꽃들이 곳곳에 숨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내가 얼마나 걸어 온 걸까.

산티아고 순례길, 나를 위로하는

- 걱정하지마. 어차피 네가 걱정하는 미래는 일어나지도 않았고, 일어나기로 약속 된 것도 아니야. 지금 할 수 있는게 미래에 대한 걱정 뿐이라면 넌 괜한 고생을 하고 있는거야. 차라리 지난 시간을 돌아봐. 그게 너의 주춧돌이 될 거니까. - 믿지 않아도 좋아. 거짓말이라고 생각해도 좋아. 문제는 이미 일어났고 답안지가 있을지언정 풀이는 내가 해. - 인정하기 싫으면 도망가도 돼. - 슬픈 죄인의 표정으로 있을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