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겼었던 것 70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

언니. 잘 지내요? 가끔 늦은 밤에 뜬금 없이 전화 하고서는 한 시간, 두 시간 자기 얘기를 줄줄 얘기하던 언니가 생각나네요. 갑자기 무슨 일인가 싶어서 듣고 있다보면 언니는 '그냥, 생각나서.' 라고 대답했었죠. 그럴 때 마다 심심했나? 생각이 들다가도 내가 얼마전에 SNS 에 올린 글을 언니는 화두로 삼았죠. 근데 언니. 거기에 내 얘기는 없었어요. 시작은 분명 내 얘기였던거 같은데 그 주제로 언니는 본인 얘기를 계속 꺼냈죠. 얼마전에 있었던 고객사와 있었던 얘기, 서른 살을 마주보고 있었을 때 무시 당했던 일, 십년 전에 모르고 지나갔던 연인의 가스라이팅 얘기까지. 이 사람은 도대체 그런 얘기를 나한테 어쩜 이렇게 쉽게 얘기하지? 생각이 들 때도 있었어요. 그러다가 내가 그 매번 연락 할 때마다 그..

런던 시계탑 밑에서 사랑을 찾을 확률 (Man up, 2015) UK

누가 이런 제목을 지었는지.. 이름 바꿔서 다시 자개봉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지금 봤는데도 전혀 유치하지 않고 재미있었다. 내가 개봉 당시 봤다면 재미 없을 수도 있겠다. 여자 주인공은 34살인데 연애 못한지 4년이나 됐다고 징징대면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데 겁을 내는데 이입이 됐던 것 같다. ‘에라이 모르겠다’ 는 생각으로 가끔 충동적인 일을 하기도 하는데. 이 영화가 딱 그 내용이다. 날씨가 얼마전에 내가 다녀온 영국의 겨울이라 더 이입이 잘 되서 재미있게 본 듯하다. 겨울에 보기 좋은 로맨틱코미디 영화. 허울 위에 쌓아 올린 낭만이란 이름의 파리보다. 미친척하고 시도해보는 런던이 나는 더 끌렸다. 아픈 퍼즐 조각들이지만 곧 맞추게 될거야. 모서리부터 맞춰봐. 파란 조각들을 찾아서. 런던시계탑 밑에..

유포리아 (Euphoria, 2019)

어느 하이틴 드라마에서나 다루는 외모, 섹스, 마약 이야기이지만 HBO에서는 이렇게 풀어낸다. 달빛 머금은 창문으로는 빗물이 내리고. 젖은 아스팔트 위로는 네온사인이 반사된다. 이불을 끌어다 침대 모퉁이에 기대고. 그 옆엔 아무도 없다. 따뜻하다가도 이내 다른 팔 한쪽이 서늘해지기를 반복하는데 이 모닥불이 언제 꺼질까 두렵기도 하지만 지금은 나를 감싸 앉아주는 온기에 오롯이 몸을 맡기고 싶어진다. 유포리아 시즌1의 내용도 좋지만 이 뒤에 붙은 스페셜 에피소드 두개는 주인공의 내면에 심리에 대해 더 깊이 들어가 볼 수 있다. 유포리아는 사실 젠데이아 때문에 봤다. 보면 볼 수록 매력적인 페이스에 가면 갈 수록 성장하는 모습에 빠져있는 중이다. 파트1에서는 루와 마틴이 대화를 주고 받는다. 포기하고 싶고, ..

사비나앤드론즈(SAVINA & DRONES) - Don't break your heart

Don't breaking heart 애가타는 것들은 닿을 길이 없고 머무르지 않아요 가슴아픈 말들도 놓을 길이 없고 떠나가지 않아요 강을 건너는 그대의 슬픔들 나도 데려갔으면 Breaking heart Breaking my love 창밖이 어두운데 아무도 오지 않아서 Breaking my love 부서지는 꽃잎처럼 길 잃은 그대가 돌아오지 않길 Breaking heart 그대가 보이지않아 한번 붙잡을 수 없이 저 멀리 흘러 Breaking my love 부서지는 꽃잎처럼 길 잃은 그대가 돌아오지 않길 Breaking heart

즐겼었던 것 2021.12.17

길 잃은 개. 장준영

- 집 밖으로 나와 어디를 가던간에 매번 꼬옥 챙기는 것이 있다면 그건 '집 열쇠' 였다. 집 근처에 잠깐 산책을 나갈 때도, 짧지도 길지도 않았던 외국생활에도 크게 쓸모 없었던 열쇠 하나를 언제나 몸에 지니고 다녔다. 그건 내가 돌아 갈 수 있는 곳을 알려주는 작은 징표였고, 다르게는 나의 존재의 기원을 알려주던 상징이었다. 주머니에 들어있던 작은 열쇠 하나만으로도 내가 어디에 있던 무엇을 하던간에 어떤 상황에서도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정서적 위로는 낯선 길을 걷다 서늘한 바람을 들이 마쉴때 마저도 안정감을 주었다. '집'이라는 단어. 그 한 글자의 단어에 담긴 힘이 얼마나큰 안도와 위안을 주는지 깨달아 본 적이 있는가. 정처 없이 길을 걷고 헤메이다 해가 넘어갈 무렵 사방이 막힌 벽과 비를 피..

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 (2 Days In Paris, 2007)

찰칵 찰칵. 사진을 찍는다. 아무 생각 없이. 아무 의미 없이. 그냥 찍는다. 그리고 생각하고. 의미하고. 저장한다. @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2 Days in Paris, 2007) 96 min / Comedy, Drama, Romance, / France , Germany 감독 줄리 델피 Julie Delpy 출연 줄리 델피 Julie Delpy (마리온 역) 애덤 골드버그 Adam Goldberg (잭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