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겼었던 것/영화

유포리아 (Euphoria, 2019)

MUSON 2022. 1. 9. 23:28

어느 하이틴 드라마에서나 다루는 외모, 섹스, 마약 이야기이지만 HBO에서는 이렇게 풀어낸다.

달빛 머금은 창문으로는 빗물이 내리고.
젖은 아스팔트 위로는 네온사인이 반사된다.

이불을 끌어다 침대 모퉁이에 기대고.
그 옆엔 아무도 없다.

따뜻하다가도 이내 다른 팔 한쪽이 서늘해지기를 반복하는데 이 모닥불이 언제 꺼질까 두렵기도 하지만 지금은 나를 감싸 앉아주는 온기에 오롯이 몸을 맡기고 싶어진다.

유포리아 시즌1의 내용도 좋지만 이 뒤에 붙은 스페셜 에피소드 두개는 주인공의 내면에 심리에 대해 더 깊이 들어가 볼 수 있다.

 

 

 

Euphoria PART 1: RUE

유포리아는 사실 젠데이아 때문에 봤다. 보면 볼 수록 매력적인 페이스에 가면 갈 수록 성장하는 모습에 빠져있는 중이다.

파트1에서는 루와 마틴이 대화를 주고 받는다. 포기하고 싶고, 그냥 세상을 등지고 싶기만 한데도 그러지 못하고 있는 루를 보면서 어떻게든 도망가고 싶은 나와 다를게 없다고 느껴진다.

 

- ‘난 이미 쓰레기인걸? 계속 이렇게 산다고 달라지겠어?’ 결국 용서가 변화의 열쇠란것도 잊어버릴거야. 우린 마치 인간의 내면을 꿰뚫는 통찰력이라도 있는 것 처럼 남을 평가하고 다니잖아. ‘이런 짓을 했으니까 넌 이런 사람이야.’ 정말 말도 안되지.

: 제가 인간쓰레기라는 뜻이죠.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폭력적으로 대한다는 뜻이요. 전 그런 사람이니까요. 전 그래도 상관 없다는 뜻이에요. 너무 쓰레기 같고 끔찍하고 못된 짓이니까요.

- 네가 믿는데 그거니?

: 네.

- 너의 믿음은 너라는 사람의 한 부분이고? 그럼 네 말은 행동으로는 저질러 버렸어도 머리론 옳지 않은 일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단거네?

: 사람이라면 항상 자기 의도보다 나쁘게 행동하지 않나요?

- 매번 다르지. 왜 네가 믿는 것을 무시하는거니?

: 별다른 생각을 안했으니까요.

- 그건 모든 인간의 고민거리이기도 해. 다들 자신만의 신념체계를 좇는다고. 넌 인간쓰레기니까 혹시 모르잖아.

- 그건 아니에요.

: 왜냐면 많은 사람들이 약물 문제나 정서장애 때문에 엄마를 위협하진 않거든. 그에 대해 너가 받은 처벌은 스스로 네 죄가 용서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거지. 하지만 그 처벌은 너무 가혹하고도 너무 안일해. 넌 여전히 변하지 않고 같은 짓을 반복할거잖아. 넌 그런 사람이니까. 희망은 없고 넌 용서를 구할 수도 없지. 그러니까 너는 모든걸 쌩까다가 배수로에 빠져 죽겠지. 넌 그런 사람이니까 말이야. 이래서 세상이 점점 후퇴하는거야. 용서받지 못할 짓을 계속 하면서도 변해야 할 이유를 못찾거든. 덕분에 세상은 구원에 관심도 없는 사람들로 넘쳐나게 됐어. 무서운 일이지.

Euphoria PART 1: RUE

 

 

 

Euphoria PART 2: JUELS

헌터 샤퍼. 처음보는 이 언니.. 진짜 초면인가 했더니 이전엔 모델로 활동하던 트렌스 젠더 여성활동가이기도하다.

파트2에서는 줄스와 상담선생님과의 대화가 이루어진다. 초반에 줄스가 자신의 탈 성전환에 대해 고민하며 남성과 여성의 몸과 정신 그리고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걸 들으며 나의 정체성, 성정체성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다.

 

: 저의 여자다움이 남자에 의해 결정되어 온 기분이에요. 실제로는 전 남자한테는 이제 전혀 안끌리거든요. 철학적으로요. 남자들이 원하는것들엔 관심없어요. 남자들이 원하는건 죄다 지루하고 단순하고 너무 뻔해요. 저 스스로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요. '내가 이러려고 내 평생을 바친건가?' 내 몸, 내 성격, 내 영혼까지요. 남자들이 원하는 그대로 같아요. 너무 당황스러워요. 사기꾼이 된 기분이에요.

- 더 많은 얘기를 들어봐야 확실히 알 수 있겠지만 방금 들은 얘기로만 보면 자신으로 살기가 너무 힘들단 말로 들려요. 자신에 대한 비판의 정도가 굉장히 심해요.

: 맞아요. 하지만 제겐 필요한 일이죠.

- 정말요?

: 그랬으면 좋겠죠. 아니면 제가 완전 미쳤다는 거니까.

- 당신은 미치지 않았어요. 줄스.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심하게 굴 뿐이죠.

: 맞아요.

- 그게 중요하단 것도 알고 있구요.

: 네, 근데 제 말이 사실인 것도 맞죠. 자기비판이 없다면 완전히 정신 줄을 놓을테니까요.

- 자유로워질 수도 있죠. 둘 다 두렵기는 마찬가지에요. 정말 당신 존재 자체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반응하고 있다고 느끼나요?

: 무슨 뜻이죠?

- 저는 줄스랑 얘기하는게 아니라 줄스가 만들어낸 아바타와 얘기하고 있는건가요?

: 네. 제가 여기 있기는 하지만 제 삶에 붙들어 둔 수만 명의 모습이 겹쳐진 거죠. 정말 무서운 일이에요. 친구한테 말할 때도 같은 기분이었어요. 친구한테 이런 얘기했을 때 제 기분을 이렇게 말했어요. 평생 여성성을 정복하려고 살았는데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여성성이 절 정복한거 같다고요.

Euphoria PART 2: JUELS

 

https://www.hbo.com/euphoria

시즌2가 오픈은 했으나 아직 공식 수입처가 없지만 아마 조만간 한국에 HBO가 들어온다하니 그때를 기다릴 수 밖에. 현재 시즌1과 파트1,2는 wavve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