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겼었던 것 70

가든 스테이트 (Garden State, 2004) USA

- 난 지금 정말 엉망이야. 그리고 풀어야 할 많은 일들이 있어. 내 스스로 해야하고 그 일들이 끝나면 돌아올거야. - 자기 자신에 대해 웃지 못하면 인생은 필요 이상으로 지루해 질 거예요. 안 운다는 말은 아녜요. 하지만 틈틈이 웃어요. 그리고 어떤 일이든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깨닫죠. 그리고, 난 실컷 울 일을 고대하기도 해요. 기분이 꽤 좋아지거든요. - 그러니까... 자기 아이들, 자신이 꾸미는 가족에 대한 개념 말예요. 그렇게 순환되는 것 같아요. 모르겠어요. 하지만 난 그 개념이 그리워요, 알아요? 어쩌면 가족이란게 사실은 그게 전부인지도 모르죠. 똑같은 상상의 장소를 그리워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 - 그런데 그건 완전 멍청한 짓이야. 나는 지금 여기 있을거야. 해 ..

내 언어에 속지 않는 법 ㅡ 허새로미

한국어에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영어 수업이라고 하나 영어 공부에 관한 이야기는 없다. 언어 공부를 하면서 느끼는 모국어의 다른 면을 보고, 언어의 영향력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면 "Nunchi" 는 누군가의 "Kibun"을 감지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같은 말이다. 5.0/5.0 내가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눈에 남았던 단어가 "Nunchi" 와 "Kibun" 이다. 이 두 단어는 이상하게도 한글로 읽히는 것 보다 영어로 적혀 있는 것이 더 와닿았다. 한국말이긴 하나 나 조차도 이 단어의 정의를 정확히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눈치는 "타인의 기분 또는 어떤 상황을 때에 맞게 알아차리는 능력, 혹은 그에 대한 눈빛"이라고 위키백과는 정의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이 단어 하나로 눈치를 보는 그 상..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ㅡ 김하나 황선우

혈연관계가 아닌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산다는건 결혼이나 동거나 다를게 없다. 서로 살림을 합친다는 것은 룸메이트, 플랫메이트와는 달리 나와 상대의 물건과 삶을 공유하는 것이다. 동거인? 사실혼? 누가 내 미래를 책임져 줄 수 있을까? 동성 결혼이 합법화가 되어 있지 않은 현 우리나라의 상황상 법이 가로 막는 것들이 많다. 하물며 노년에 접어들어 같이 살지만 법적으로 결혼 서류를 만들지 않고 20년 넘게 함께 사는 우리네 할아버지도 할머니의 법적 보호자는 아니다. 책에서는 '농담 스위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혼자 살면서 대충 먹고 지내던 사람 둘이 같이 살게 되면서 사소한 장난, 시시콜콜한 농담, 시답지 않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일상의 스트레스와 긴장을 풀게 되었는데 그게 농담의 스위치를 켜주었기 때문이..

앵무새죽이기 (To killing a Mockingbird) ㅡ 하퍼 리 저/김욱동 역

하퍼 리의 타계 3주기를 맞아 예스24에서 양장 특별판이 나왔다. 한 번은 보고 싶은 책이었는데.. 커버가 예뻐서 바로 샀다. 예쁜 양장 책! 하지만 열린 책들에서 나오고 있는 일반판 책에 있는 귀여운 마을 지도는 없다. 가끔 외국책들을 보고 있으면 이름이 꽤나 헷갈린다. 애칭을 쓰기도 하고, 이름이 아닌 성으로 부르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런 걸 일일이 적어주는 친절한 작가는 없다. 출판사에서는 국내정서를 고려해서 짧게나마 적어주면 참 좋을 텐데! 이 책에서 나오는 주요인물들은 주로 성으로 불리는 동네 주민들이라 헷갈리는 일은 없지만 화자의 이름은 참고가 필요하다. "진 루이즈 핀치" 일명 "스카웃"이라고 불리는 6살의 어린 화자다. 책에서는 약 3년의 시간이 흐른다. 책의 초반엔 스카웃이 학교에 다니기..

오스모시스 (Osmosis, 2019) France

소울메이트를 찾아본 적 있나? 내가 아무말 없이 가만 있어도 내 마음을 나보다도 더 잘 알아주는 사람. 나는 예전부터 그런 사람을 꿈꿔왔고, 그런 이야기를 동경해왔다. 오노 요코와 존 레논 패티 스미스와 로버트 메이플소프 영화 원스(Once, 2007)에서의 글렌 한사드와 마르게타 이글로바 그리고 영화 그녀(Her, 2013)에서 테오도르와 사만다에 이르기까지 나는 소울메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보고 좋아한다. 그리고 오랜만에 공상과학 드라마에서 또 다른 소울메이트를 찾았다. 이상적일 것만 같았던 소울메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그의 이면까지 보여주는 내용이다. 한 없이 좋을 것만 같지만 소울메이트를 찾는다고해서 그 사람이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 건 아님을. 완벽하게 나에게 맞춰진 사람을 퍼펙트 매치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