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겼었던 것/책

내 언어에 속지 않는 법 ㅡ 허새로미

MUSON 2019. 11. 21. 16:27

한국어에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영어 수업이라고 하나 영어 공부에 관한 이야기는 없다.

언어 공부를 하면서 느끼는 모국어의 다른 면을 보고, 언어의 영향력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면 "Nunchi" 는 누군가의 "Kibun"을 감지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같은 말이다.

 

5.0/5.0

 

내가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눈에 남았던 단어가 "Nunchi" 와 "Kibun" 이다.
이 두 단어는 이상하게도 한글로 읽히는 것 보다 영어로 적혀 있는 것이 더 와닿았다.
한국말이긴 하나 나 조차도 이 단어의 정의를 정확히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눈치는 "타인의 기분 또는 어떤 상황을 때에 맞게 알아차리는 능력, 혹은 그에 대한 눈빛"이라고 위키백과는 정의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이 단어 하나로 눈치를 보는 그 상황을 다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이라는 드라마에서는 "Kibun"을 표현하면서 "타 문화권에서는 남의 품위를 진실보다 중요시해요. 한국에서는 그걸 기분이라고 부르죠."라는 대사가 사용되었다.
기분은 그냥 우리가 아는 Feeling 이라던가 Mood 로는 설명하기엔 부족했는데 위의 대사는 문화적 특성을 고려한? 해설로 보인다.

나의 눈치가 빨라야 상대의 기분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두 단어는 은연중에 한 줄에 올라와 있다.
게다가 Nunchi의 연관 검색어가 Kibun 이라는 것도 확실한 증거가 되려나?
마침 이 눈치에 대해서 발행된 영문 책도 있어서 영문권 사람들의 의견도 들을 수 있는 글들이 많아졌다.

The Power oF Nunchi

Korean's way of survival

Nuchi is a Korean concept that lets you read any room 

 

이런 눈치와 기분을 뒷받침 해주는데는 억양, 말투, 표정, 몸의 방향, 행동 등등이 많은 작용을 한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이것들은 말의 뜻을 다르게 해석하게끔 만든다.
그걸 파악하는게 눈치이고, 거기서 영향을 받는게 기분이다. 

 

토론을 할 때 가장 중요한건 논제의 정의를 내리는 일이다.
정의를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표하거나 의견을 내세울 수 있다.
예를 들어 꿈과 목표에 대해서 이야기 했을 때 두 단어를 같은 의미로 보는지 혹은 목적과 수단으로 보는지에 따라서 "꿈은 어떻게 이루어야 할까?" 라는 논제의 개념을 정립하고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개념이 정리되지 않았을 때는 서로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를 많이들 볼 수 있을 것이다.

"예쁘게 말한다.", "똑바로 서라." 같은 말들도 서로가 단어의 개념을 정립하고 이야기 한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이건 토론의 주제거리가 아니다.
'예쁘게'와 '똑바로'가 기분에 따라 오차범위의 폭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같은 상황, 같은 말을 하더라도 말 이외의 바디랭귀지는 이 오차범위를 줄여 주기도 한다.
아무리 우리가 타국에서 말 한마디 통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몸짓과 눈빛이 통하는건 언어가 대화의 전부가 아니라는걸 보여주는 전적인 예이다.

알게 모르게 우리가 기분 상했던 말들, 행동은 둔하지만 기분 좋았던 말들, 선의의 거짓말들로 모두가 상대와의 소통,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많은 방법들이다.

 

 

 

"The Power of Nunchi: The Korean Secret to Happiness and Success"

 

Euny Hong 님의 France24 인터뷰

인터뷰에서 작가는 북한의 김정은이 한국의 문재인을 만났을 때, 한국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국수를 먹는 속도였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