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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야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교장선생님께 편지를 썼다. 2학년때 담임을 맡아주셨던 선생님의 안부가 궁금해 편지를 썼으니 대신 전해달라했다. 그 편지가 과연 전달 되었을지 궁금했지만 답장은 받지 못했다. 눈가의 주름은 충분히 깊었지만 나이보다 열살은 어려보였다. 그 비법이 무엇인지 아직도 궁금하다. "웃어야지." 일을 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전화를 하다가도 갑자기 이 말이 튀어 올랐다. 한 달 동안 이 말은 나를 기습했다. 내 표정이 이상한가? 라는 생각에 화장실 거울을 보며 웃는 모습을 여러번 지어보이게 됐다. 입꼬리는 광대까지 올라갔고, 나는 언제나 호탕하게 웃었다. 웃어서 생기는 주름은 예쁘다길래 하회탈 보다 더 크게 웃어보였다. 이건 내가 살기 위한 주문이었다.

일상다반사 2021.12.17

Jaka, Korea

너와의 첫 여행인데. 제주에서만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을 먹여주고 싶었다. 언제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는 사람에게서. 맛있는 제주의 식재료들로 만들어지는 기분 좋은 자카의 저녁 식사. 구운가지와 파프리카 살사 전복 브루케스타 마약 같은 치즈 버터 감자 버섯 루꼴라 샐러드 스페인에서 먹었던 것 보다 훨씬 스페인음식 같았던 제주 딱새우와 돼지 빠에야 어메이징한 능력자, 쉐프 자카.

노스탤지어의 가을

뉴스 하나 하나를 읽어 내려 갈 때마다 더러운 사실을 직면하는게 싫었다. 나는 언제나 그 감정에 동요되고 혼자 가슴 앓이를 했다. 내가 할 수 있는게 무엇이 있겠는가 생각에, 나 하나 바뀐다고 세상이 바뀌려나 싶었다. 이젠 이런 나 자신에게 질린다. 눈 앞에 새하얀 눈이 떨어져 바닥을 질척거리게 만들더라도. 이 하얀 눈을 앞으로 내가 볼 날이 얼마나 있겠는가. 미친 강아지 처럼 신나게 소리지르며 눈 싸움을 하는 즐거움을 잊지 말자.

일상다반사 2021.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