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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다

봄이 되기전에 바다에 가고 싶었다. 영국에 머무는 동안 갑자기 불어온 충동에 겨울 바다가 보고 싶었는데 일정이 되지 않아서 다녀오지 못했다.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조만간 바다를 가고 싶었는데 갑자기 떠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지 얼마 안되서 일까. 생각처럼 몸이 움직여주지 않았다. 추운 겨울은 이미 영국에서 지내고 왔고 겨울 바다가 오래도록 보고 있기에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눈이 오면 좋으련만. 나는 눈이 오는 날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겨울이라 그런것일까. 쓸쓸했다. 혼자 즐기는게 더 이상 즐겁지 않다. 아니 이제 혼자 즐겼던 것을 또 해보는 것이 즐겁지 않다고 말하는게 맞겠다. 새로 하는 것이라면 혼자하는 것도 즐거울텐데. 이미 많이 해본것은 흥미롭지 않은 듯 하다. 지금 내 나이또래가 혼자..

일상다반사 2022.01.14

중국 길거리 음식 샤오빙(烧饼)

혼자 여행을 다닐 때면 한 번은 식당에 가고, 한 번은 길에서 먹는 편이다. 누군가 같이 있으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혼자 먹는 건 조금 쓸쓸하고 맛이 없다. 길에서 군것질을 하나 둘 하다 보면 그 동네 분위기에 좀 더 집중하게 된다. 중국에 처음 도착해서 먹은 샤오빙. 허기질 거라 생각했는지 아이비가 가는 길에 사줬는데 나는 그게 가게 인지도 몰랐다. 길모퉁이에 일 미터 정도 되는 항아리가 있었는데 그 안에서 꺼내 주셔서 나는 화덕만두라고 생각했다. 생긴게 납작한 거 보니 호떡인가. 참깨 반죽 안에 춘장 느낌의 소스와 만두소를 채워 고소하면서도 짭조름했다. 허기를 달래기 좋은 음식이었고 중국에 온 걸 실감했다. 기회가 되면 또 먹어보고 싶었는데 내가 눈썰미가 안 좋은 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이름이 너무 ..

런던 시계탑 밑에서 사랑을 찾을 확률 (Man up, 2015) UK

누가 이런 제목을 지었는지.. 이름 바꿔서 다시 자개봉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지금 봤는데도 전혀 유치하지 않고 재미있었다. 내가 개봉 당시 봤다면 재미 없을 수도 있겠다. 여자 주인공은 34살인데 연애 못한지 4년이나 됐다고 징징대면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데 겁을 내는데 이입이 됐던 것 같다. ‘에라이 모르겠다’ 는 생각으로 가끔 충동적인 일을 하기도 하는데. 이 영화가 딱 그 내용이다. 날씨가 얼마전에 내가 다녀온 영국의 겨울이라 더 이입이 잘 되서 재미있게 본 듯하다. 겨울에 보기 좋은 로맨틱코미디 영화. 허울 위에 쌓아 올린 낭만이란 이름의 파리보다. 미친척하고 시도해보는 런던이 나는 더 끌렸다. 아픈 퍼즐 조각들이지만 곧 맞추게 될거야. 모서리부터 맞춰봐. 파란 조각들을 찾아서. 런던시계탑 밑에..

유포리아 (Euphoria, 2019)

어느 하이틴 드라마에서나 다루는 외모, 섹스, 마약 이야기이지만 HBO에서는 이렇게 풀어낸다. 달빛 머금은 창문으로는 빗물이 내리고. 젖은 아스팔트 위로는 네온사인이 반사된다. 이불을 끌어다 침대 모퉁이에 기대고. 그 옆엔 아무도 없다. 따뜻하다가도 이내 다른 팔 한쪽이 서늘해지기를 반복하는데 이 모닥불이 언제 꺼질까 두렵기도 하지만 지금은 나를 감싸 앉아주는 온기에 오롯이 몸을 맡기고 싶어진다. 유포리아 시즌1의 내용도 좋지만 이 뒤에 붙은 스페셜 에피소드 두개는 주인공의 내면에 심리에 대해 더 깊이 들어가 볼 수 있다. 유포리아는 사실 젠데이아 때문에 봤다. 보면 볼 수록 매력적인 페이스에 가면 갈 수록 성장하는 모습에 빠져있는 중이다. 파트1에서는 루와 마틴이 대화를 주고 받는다. 포기하고 싶고, ..

2022년 1월 1일

새벽 2시쯤에 위스키 두잔을 스트레이트로 먹고선 잠이 들었다. 그러다 네시 넘어서, 다섯시가 좀 되기전에 깬 것 같다. 갑자기 울린 카톡소리에 완전히 깨버려서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우선 누워 있으면 다시 잠이 오겠지 싶어서 멍 때리다가 결국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인스타 스토리며 게시물까지 이미 다 봐버려서 새로운것도 뜨지 않는다. 검색을 하다가 일기장 블로그를 하나를 발견했다. 공개된 곳에 일기를 쓰는건 무슨 생각일까 싶으면서도 꾸준히 써내려가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고 멋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들의 일기는 보통 오늘의 사건 사고를 위주로 쓰여지는데 이번에 발견한 일기장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도 올려놔서 웃다가 시무룩하다가 냉소하면서도 상상하면서 읽게 됐다. 누군가는 새해 인사를 비공개 블로그에 올렸..

일상다반사 2022.01.01

사비나앤드론즈(SAVINA & DRONES) - Don't break your heart

Don't breaking heart 애가타는 것들은 닿을 길이 없고 머무르지 않아요 가슴아픈 말들도 놓을 길이 없고 떠나가지 않아요 강을 건너는 그대의 슬픔들 나도 데려갔으면 Breaking heart Breaking my love 창밖이 어두운데 아무도 오지 않아서 Breaking my love 부서지는 꽃잎처럼 길 잃은 그대가 돌아오지 않길 Breaking heart 그대가 보이지않아 한번 붙잡을 수 없이 저 멀리 흘러 Breaking my love 부서지는 꽃잎처럼 길 잃은 그대가 돌아오지 않길 Breaking heart

즐겼었던 것 2021.12.17

대학교 구경

대학 생활을 너무 재미 없게 보냈다고 생각하는 탓인지 남의 대학 생활 이야기는 꽤나 재미있어 보인다. 어쩌다 친구네 대학에 갈 일이 생기면 꼭 캠퍼스를 구경하고 나오곤 한다. 짜장면 한그릇 시켜먹으면 좋을 것 같은 자리에 앉아서 수다 한그릇을 하면 그 학교 학생이 된 것 같다. 어느 날인가 브리즈번 시내를 걷다보니 발걸음이 QUT까지 와버렸다. 생각해보니 여기도 내 친구가 나온 대학교. 캠퍼스를 구경하다가 목이 말라 자판기에서 콜라 하나를 뽑아 마셨다. 이제 그 친구와 함께 친구가 나온 대학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눌 수 있겠다. 그리고 그 자판기에서 뽑아 먹었던 콜라가 맛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논 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