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겨울 바다

MUSON 2022. 1. 14. 04:23

봄이 되기전에 바다에 가고 싶었다. 영국에 머무는 동안 갑자기 불어온 충동에 겨울 바다가 보고 싶었는데 일정이 되지 않아서 다녀오지 못했다.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조만간 바다를 가고 싶었는데 갑자기 떠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지 얼마 안되서 일까. 생각처럼 몸이 움직여주지 않았다. 추운 겨울은 이미 영국에서 지내고 왔고 겨울 바다가 오래도록 보고 있기에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눈이 오면 좋으련만. 나는 눈이 오는 날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겨울이라 그런것일까. 쓸쓸했다. 혼자 즐기는게 더 이상 즐겁지 않다. 아니 이제 혼자 즐겼던 것을 또 해보는 것이 즐겁지 않다고 말하는게 맞겠다. 새로 하는 것이라면 혼자하는 것도 즐거울텐데. 이미 많이 해본것은 흥미롭지 않은 듯 하다. 지금 내 나이또래가 혼자라서 즐겁다고 얘기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예전에는 친구들과 많이 어울렸던 사람들이 아닐까. 몇년 전 친구라고 불릴만한 사람들과 여행을 간적이 있다. 수학 여행 이후로 여럿과 여행을 다녀온건 처음이었다.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고 짧은 시간동안 많이 웃었다. 그저 평소엔 보지 못했던 행동 하나 하나가 신선했고 즐거웠다.

이제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 할 것 같은 사람과의 인연을 이어가는데 에너지를 더 이상 소모하지 않기로 했다. 상대방에게 기대하는 것도 줄이려고 노력중이다. 생각처럼 잘 되진 않지만 쓸만한 에너지가 없다. 긍정적인 생각보다 답답한 마음이 가득한 나라서.

가끔은 대면용 가면을 쓰고 사람을 만난다. 나를 살짝 포장해서 상대방에게 좋은 기운을 받으려고 한다. 그 와중에 슬쩍 비치는 나의 모습을 인지할 때면 움찍하곤 하지만 아직 노력 중이니까. 이런 노력을 하면서까지 내가 사람을 만나는 이유는 내가 필요해서다. 처음 본 사람들을 경계하긴 하지만 웃은 사람에게 침을 뱉진 않는다. 선의는 선의로만 받는 오분 십분짜리 단발성 관계는 서로에게 기대가 없다. 나는 웃음을 주고 웃음을 돌려받는다. 나에 대한 기대가 없으면 나도 기대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기대하지 않는 순간이 좋다.

쌓일것 같은 작업이 생각처럼 쌓이지 않았다. 주말은 이렇게 가는걸까. 잠깐 나갔다 올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딜가는게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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