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2022년 1월 1일

MUSON 2022. 1. 1. 09:59

새벽 2시쯤에 위스키 두잔을 스트레이트로 먹고선 잠이 들었다. 그러다 네시 넘어서, 다섯시가 좀 되기전에 깬 것 같다. 갑자기 울린 카톡소리에 완전히 깨버려서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우선 누워 있으면 다시 잠이 오겠지 싶어서 멍 때리다가 결국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인스타 스토리며 게시물까지 이미 다 봐버려서 새로운것도 뜨지 않는다.

검색을 하다가 일기장 블로그를 하나를 발견했다. 공개된 곳에 일기를 쓰는건 무슨 생각일까 싶으면서도 꾸준히 써내려가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고 멋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들의 일기는 보통 오늘의 사건 사고를 위주로 쓰여지는데 이번에 발견한 일기장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도 올려놔서 웃다가 시무룩하다가 냉소하면서도 상상하면서 읽게 됐다. 누군가는 새해 인사를 비공개 블로그에 올렸다고 하는데 그건 또 무슨 생각일까.

나도 일기를 쓰고 싶다. 글 쓰는걸 좋아하는데 글솜씨는 없어서 일기로라도 계속 써내려가보고 싶은데 잘 안된다. 누군가 떠밀지 않는 이상 꾸준히 하는건 잘 없다. 일은 돈에 떠밀려서 하는거고, 돈이 아까워서 결제한건 잘 하는 편이다. 그런데 일기 쓰라고 떠미는 사람도 없고, 그게 돈이 되는것도 아니고, 돈 주고 일기를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니 꾸준히 못하는것 같다. 그래도 내 방 구석엔 옛날에 몇달씩 썼던 일기장이 있다. 꾸준히 써온건 아니지만 그래도 쓰고 싶은 마음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악필이라 아무래도 손으로 쓰는 것 보다는 타이핑하는게 보기가 좋다.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는데 손가락이 다 접히지 않아서 글을 쓰다보면 새끼 손가락에 잉크가 번져서 더 지저분해보인다. 손에 맞는 펜을 찾고, 펜의 필감이 잘 맞는 종이를 찾는다는건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나같이 글씨 쓸 일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평소엔 반으로 잘라놓은 이면지에 어디서 생겼는지도 모를 펜을 쓴다.

결국엔 티스토리다. 블로거에 있던 게시글들 몇개를 다시 옮겼다. 아무래도 처음 튼 둥지가 제일 편한 것 같다. 네이버 블로그는 아무래도 우리나라 검색 엔진으로 많이 쓰이다보니 공개가 많이 되서 불편하다. 네이버 블로그가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한 서울이라면 티스토리는 거기서 나와 자기 색깔을 만들고 싶어하는 간판 없는 핫플이랄까. 오늘 새로 발견한 일기장은 이글루였는데 블로그를 한창 떠돌 때 나도 이글루를 써봤지만 손이 잘 가지 않아서 안쓰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쓰지 않지만 스페인에 갔을 때 이글루로 포스팅하는 사람을 본적이 있긴하다. 티스토리보다는 조금 더 불편한 종이에 쓰는 느낌일 것 같은데 이글루에 그렇게 오랜시간 동안 일기를 써오신거보면 그분은 그에 잘 맞는 펜을 가지고 계실 것 같다.

글 쓰는 용도로 가벼운 기기하나를 가지고 싶다. 아이패드에 무선 키보드를 물려서 써봤는데 그것도 꽤 괜찮다. 그런데 아이패드도 노트북도 바꿀때가 되긴해서 (더 이상 업데이트가 안된다) 뭘 먼저 바꿀지 고민중이다. 아이패드는 티비 대신 쓰고 있고, 노트북은 비상 작업용이다. 글쓰는건 모바일보다 웹이 편해서 노트북 승. 전체적인 사용빈도수를 보면 아이패드 승. 그냥 두개 다 갖고 싶다. 아니 작업용 컴퓨터도 바꾸고 싶으니까 세개. 작업용 컴퓨터로 글을 쓰는건 별로다 (지금도 별로다).

그렇게 몇시간을 꾸물대다가 아무래도 안되겠어서 일어나 비빔면을 끓였다. 잘 안먹는데 클럽하우스 단톡방에서 비빔면 사진이 계속 올라와 갑자기 먹고 싶어졌다. 건조한 탓인가 갈증이 나는 것 같다. 평소에 활동하지 않는 단톡방인데 거기에 나도 늦었지만 함께하고 싶어서 일부러 그릇에 옮겨 담았다. 오랜만의 참여인데 냄비째 보내기엔 민망했다. 배가 부르진 않지만 다시 누우면 잘 수 있을것 같다. 씻고 잘까? 아니면 그냥 카페에 갈까? 아직 손으로 써야 할 보름치 일기가 남아있어서 집에서는 안 될 것 같다.

에버노트를 쓰기도 하는데 사실 블로그가 더 보기가 편하다. 아카이빙이 아무리 잘되어 있어도 보기 어려우면 힘드니까. 일기에서 내가 필요한거 찾아보려고 할 때도 어느 기기에서든 편하게 찾을수 있기도 하고. 그래서 블로그에 일기를 쓰나보다. 그래도 비공개로 돌리지 않는건 내향성 관종일까. 아니면 누가 보겠냐는, 봐서 어쩌겠냐는 그런 생각일까. 공감 댓글을 남기고 싶었지만 일기를 훔쳐보는 느낌이라 참았다. 뭐든 꾸준한게 좋은거니까.

여행 일기는 보통 노트에 적는다. 그날 그날 있었던 일을 그날 밤 바로 적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은근히 추웠고, 책상이 없었다. 숙소에 들어오면 씻고 바로 이불을 둘둘 말았다. 그러다보니 보름치 일기가 밀렸다. 더 늦기전에 써야한다. 지금은 사진을 꺼내보면 그때 생각을 떠올릴 수 있지만 그 기억을 언제까지 꺼내올 수 있을지는 모르니까. 

이거 쓴다고 한시간이나 걸렸다. 아침 9시에 쓰는 일기라니. 그걸 한시간이나 쓰고 있다니. 글쓰는건 생각처럼 쉽지 않다. 아무리 수정 없이 주저리 주저리 쓴다고 하더라도 오래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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