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2022년 1월 17일

MUSON 2022. 1. 17. 05:31

이번주에 갑자기 일이 몰렸다. 특이한건 아니다. 언제나 그러니까. 일이 몇달을 없다가도 일년에 한두달은 몰리니까. 예전엔 그게 마냥 불안했는데 지금은 극복하려고 많이 노력중이다. 예정에 있던 일이 들어오지 않았지만 그거 말고도 다른 일이 있으니까 신경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지금 가진거에 집중해야지. 그래도 먹고 살만은 하다.

노후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이 된걸까. 불과 몇년전만해도 오늘을 사는거에 급급했는데. 요즘은 내가 얼마나 더 오래 살지가 궁금하다. 더 살까? 더 오래 살까? 뭐라고 적어야 할지 모르겠다. 삶을 끝내보려고 한적이 없진 않다. 누구나 그러겠지만. 그러니 지금은 더 오래 살까? 가 맞는 표현같기도 하다. 가슴 속에 뭍어둔 사직서 처럼 유언장을 적어볼까 생각도 해봤는데 아직도 못적었다. 나는 그 정도로 겁쟁이다.

이걸 인스타에 올릴까. 잠깐 생각한다. 음. 너무 관종 같은가. 남들은 모르는 계정이 있긴하지만 아카이빙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일기도 기록이니까.

레이노병은 뭘까. 청색증이 같이 온다고하는데. 예전에 얼굴에 피가 고인거처럼 파랗게 변한적이 있는데 그건 아닌거 같다. 온도 조절 때문은 아닌거 같고 혈류가 안좋았나. 아직도 그때 증상이 뭔지 너무 궁금하다. 다행이도 이후에 그런적은 없다. 또 그럴까봐 무섭긴하지만 죽을병 같진 않았는데. 유언장엔 도대체 뭐라고 적어야 할까. 모든것이 디지털화 되어있는 상태에서 내 기록이 남기를 바라진 않는다. 디지털 장례식을 꼭 치루고 싶은데 소리소문 없이. 유언장도 육개월에 한번씩은 비밀번호 갱신하면서 다시 써야 할것 같다. 요즘은 해킹이 무서워서 비밀번호를 다 다르게 쓰고 있긴한데 가끔 헷갈린다.

오랜만에 소개팅을 했다. 그냥 그랬다. 말은 잘 통했는데 외모가 취향이 아니었다. 왜 일까. 얼굴을 따지는 편은 아닌데. 곰곰히 따져보니 얼굴이 고양이 상이었던거 같다. 면도를 언제 했을까. 털이 많은편인듯 볼까지 수염이 올라와있었다. 아마 나 만나기전에 한건 아닌것 같다. 빠르면 아침? 수염을 싫어하는 여자를 만나본적은 없었던가 아니면 그런 사람을 안좋아하는 걸수도 있겠지. 수염은 많은거 같은데 머리숱은 별로 없어보였다. 웃을 때 눈가에 지는 주름이 예뻤다. 입술도 크고 도톰했다. 여자로 태어났으면 꽤나 예뻤을거 같다. 나는 강아지상을 좋아하나보다. 고양이도 멍뭉미가 있는 애들을 좋아하는데. 내가 좋아하는게 뭔지 오늘 하나 더 알았다.

호감이 가는 사람에게는 손바닥을 자주 보여준다는 얘길 본거 같다. 그건 확실하게 알고 있다. 내가 굉장히 좋아하고 호감가는 상대가 앞에 있을 때 나는 그 사람이 마음 먹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내 손을 올려 놓곤했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걔도 날 처음에 만났을 땐 그랬는데. 그때 우리는 참 좋았다. 그냥 마냥 좋았다. 한 여름날의 열아홉 청춘처럼 만지면 부서질까 부끄러워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우리가 열아홉에 만났으면 오랫동안 만났을까? 너는 도망가지 않았을까? 나는 계속해서 너를 잡았을까? 다시는 너 같은 사람을 만나지 못할 거란걸 안다. 다시는 너 같은 사람을 만나지 않을 거란걸 안다. 그럼에도 너 같은 사람을 만나면 나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이다. 살아생전 내가 태어난 것에 감사하단 생각을 하게 해준 사람. 그 모든게 거짓이었더라도 그때의 내 감정은 다시는 못 느낄 인생의 오르가즘이었다. 나는 그때의 거짓된 너를 여전히 사랑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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