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명절 연휴

MUSON 2022. 1. 31. 06:18

눈을 뜨니 오후 네시쯤 되었다. 기상시간이 점점 늦어진다. 어젠 잠깐 눈을 붙인다는게 여섯시가 되어서 깼다. 순간 지금이 저녁 여섯시인지 새벽 여섯시인지 알수가 없었다. 다행이도 엄마가 저녁 여섯시라고 알려줘서 날짜를 기억할 수 있었다. 작업은 잘 안됐다. 그래도 잠을 청하려고 자기전에 위스키 한잔을 급하게 마셨다.

연휴라 그런지 여유가 조금 생긴거 같기도 하고 바깥 공기도 쐬고 싶어서 오랜만에 이마트에 갔다. 혼자 가려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서 친구에게 연락했는데 동네에 유일하게 남은 오랜 친구도 일한다고 바쁘단다. 이번 연휴엔 다들 추가 근무수당 받아야 한다고 열심히 사는 것 같다. 다른 동네 친구는 명절이라 조카왔다고 해서 못 보고 다른 친구는 내일 본가에 간다고 그래서 불러냈다. 이마트에서 내가 과자 사는걸 같이 구경하고 이사한 친구네 가서 컵라면 하나를 얻어먹었다. 새로 이사한 집엔 냉장고도 전자렌지도 없었다. 멍하니 있자니 집이 너무 조용했다. 그러다 옆집소리가 들렸다. 방문을 닫으니 다시 조용해졌다. 무슨 얘길 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내가 한 얘기를 적당히 잘 받아줬다. 나는 친구라고 부르는데 나를 지인이라고 부르는것 같다. 적당한 선을 긋고 있는것 같아 안타까우면서도 좋았다.

집에 돌아와서 보니 쌀국수를 먹었다고 한다. 나도 먹고 싶었는데. 이마트에서 지나가면서 본 해물탕 밀키트가 먹고 싶었는데 사가지는 않았다. 동생이 내가 산 과자를 달라고해서 하나 꺼내줬다. 식비는 본인이 담당하기로 했으면서 내가 원하는건 흔쾌히 사주지 않으니 나도 내가 산걸 나눠주기가 싫다.

마저 작업을 다 했다. 내일 촬영건이 내일 모레 셀렉 된다니 내일은 쉬어야지. 카페에 가서 책을 읽을까? 엄마는 공부하라고 하고 나는 책을 볼까? 내일은 뭐 먹지? 카페가 오픈한지 12년이 됐으니 이제 나도 10년차 단골인가. 이젠 툭하면 10년 20년이다. 곧 30년 40년차가 되겠지. 그때까지 다들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오랜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같이 살자고 뱉었던 말을 기억할까. 멀리는 안살았으면 좋겠다.

이번 설에는 조부모님 용돈은 생략해야지. 시간 여유가 생기면 친척들 모두에게 선물을 보내고 싶다. 조카들 생일도 못챙겨줬는데 한번은 챙겨주고 싶다. 싱가폴에는 뭘 보내는게 좋을까? 영국엔 이번에 다녀와서 다행이다. 친척들 선물을 챙기고 싶은 여유가 생겼다니. 내가 참 기특하다. 열심히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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