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막장

MUSON 2022. 1. 31. 20:24

저녁을 먹고는 조급한 마음으로 카페로 향했다. 얼마나 급했는지 마스크도 쓰고 나오지 않아서 지나가는 아이가 겨우 눈만 빼꼼 내밀고 얼굴 대부분을 마스크로 덮은 채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내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걸 자각했다. 집으로 다시 돌아가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 저번에 읽던 책을 처음부터 다시 읽고 있는데 잘 읽히던 책이 오늘은 들어오지 않는다. 머리 속이 눌러붙은 양념 때문에 잘 돌지를 않는다. 책 읽을 시간이 두시간 밖에 없는데 아무래도 오늘은 아닌거 같다.

오랜만에 쉬는 시간에 밀린 일기를 마저 쓰자고 마음 먹었지만 결국엔 보다 만 디어마이프렌즈 드라마를 다 보고 말았다. 뭐라도 하나 했으니 됐다. 나는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 같다. 노배우들의 연기는 정말이지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감정이 북받쳐 울기보다 그냥 눈물이 흘렀다. 신파가 아니었다. 그들의 삶이 너무 고단했다. 내가 가진것이 좋던 나쁘던간에 그들은 자신의 것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입에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삶이 아니었다. 나는 어디쯤에 있을까.

나는 낳아졌지 태어난게 아닌다. 내가 원해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가진 것은 오롯이 나 하나 밖에 없다. 무소유는 소유할 수 없다. 세상에 진리는 없다. 삶은 막장이다. 인생은 별거 없다.

조인성 배우의 푸릇한 수염이 계속 눈에 거슬렸다. 앞머리를 내려 이마를 덮는다고 조인성이 되진 않겠지. 나는 얼마나 늙었나. 거울을 보는데 입술이 얇아진게 역시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고현정 배우는 나이보다 어린 역할도 잘 어울리고 입술도 도톰하던데. 보톡스나 맞으러 가야겠다.

시즌 시작하면서 오픈한 글렌리벳 위스키가 반도 안남았다. 이번 시즌 끝나면 같이 이 위스키도 끝날거 같다. 포트폴리오 할만한 작업이 많이 들어오면 좋겠는데 오랜만에 포트폴리오 업데이트를 했는데 몇개 없다. 그럴싸한 것도 없다. 내가 더 나이들기전에 많은 포토들을 알아둬야 할 것인데. 더 많은 대행사들을 알아둬야 할 것인데. 잠깐 한가하다고 또 잡생각이 가득이다. 인생 별거 없다고 말한지가 언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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