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았던 곳 122

Le Monde de Sophie, France

아를에서의 첫 날 우연치 않게 들렸던 가게. 이후 매일 아침 들리게 되었다. 짧은 기간동안 단골이라 부르기엔 그렇지만. 친구네 집에서 간단하게 아침 먹는 기분이었다. 불어가 서툴었던 여행객에게 친절을 베풀어준 고마운 친구.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샐러드와 샌드위치 그리고 따뜻한 수프까지. @ Le Monde de Sophie add. 14 Rue de la République, 13200 Arles, France tel. +33 4 90 97 11 03

비행기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갈 때 꼭 한번씩은 비행기 사진을 찍곤 한다. 여러 나라를 다니지 않는 이상 인천공항 아니면 김포공항에서 비슷한 앵글로 찍히는 그 뻔한 비행기 사진. 거기엔 정말 설레이는 마음이 담겨져 있다. 잦은 출장으로 인해서 비행기를 타는게 아니라면 보통 사람들은 여행을 다닐 때 비행기를 타곤 하기에. 차창 밖으로 비추는 풍경들을 보며 경치를 감상하며 기차를 타고 가는 것 보다 비교적 짧은 시간동안 구름 속에서 지루하게 비행기를 타는게 더 설레이는 이유. 안대를 하고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났더니 정말 꿈만 같이 낯선 풍경이 펼쳐져 있어서. 자고 일어난 것 처럼 눈을 떠보니 말로만 들었던, 사진 속에서나 봤던 환상의 것 들(?)이 눈 앞에 있지 않은가. 참 뻔한 이유다. 그 뻔한 이유 때문에 비..

산티아고 순례길, 여기가 어디지?

- Sí oui yes - 분명 조금 전에 본 민달팽이는 검은색이었는데, 지금 본 민달팽이는 갈색이다. 같은 종이 확실한데 도대체 뭐가 달라진걸까 싶어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길의 경사가 완만해졌고, 나무들의 키가 낮아졌고, 어디선가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못 보던 꽃들이 곳곳에 숨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내가 얼마나 걸어 온 걸까.

산티아고 순례길, 나를 위로하는

- 걱정하지마. 어차피 네가 걱정하는 미래는 일어나지도 않았고, 일어나기로 약속 된 것도 아니야. 지금 할 수 있는게 미래에 대한 걱정 뿐이라면 넌 괜한 고생을 하고 있는거야. 차라리 지난 시간을 돌아봐. 그게 너의 주춧돌이 될 거니까. - 믿지 않아도 좋아. 거짓말이라고 생각해도 좋아. 문제는 이미 일어났고 답안지가 있을지언정 풀이는 내가 해. - 인정하기 싫으면 도망가도 돼. - 슬픈 죄인의 표정으로 있을 필요는 없다.

산티아고 순례길, 노란 화살표

- 지금은 걷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사람들만 잘 따라가도 길을 헤메지 않는다. 게다가 길을 헤메이기 힘들 정도로 노란 화살표가 잘 보인다. 예전엔 표식이 적어 길 위에 돌멩이를 쌓아 표시해두었다고 한다. 이제는 조금만 큰 마을에 가도 인도 위에 까미노를 안내하는 타일들이 깔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례자가 다른 길로 가고 있으면 마을 사람들이 길을 나서서 길을 알려준다. 처음에는 그저 길을 걷기 위한 안내 표식이라는 개념으로 화살표를 찾는다. 계속 그 표식이 보여야 내가 길을 잘 가고 있다는 안도감이 든다. 내가 바른 길로 가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해진다. 그러다 오랜 시간 길을 걷다보면 종종 다른 생각들을 하곤 한다. 이게 맞는건가. 벗어나 볼까. 여기는 도대체 어디지. 이런 생각이 들 때 쯤 화살표는 어..

산티아고 순례길, 왜 여기까지 오는거야?

- 길을 걷다 보면 이런 저런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된다. 아무래도 예전보다 걷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하니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야고보 성인이 걸었던 순례 길을 걷는 사람들은 가톨릭 신자들로 국한되어 있지 않다. 국적, 문화, 종교가 모두 다른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각기 다른 이유에서 이 길을 걷는다. - 야고보 성인이 선교를 위해 스페인 땅 위에 올랐다. 그 옛날 제대로 된 신발 없이 그는 예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포교를 하며 긴 여정을 시작했다. 순례길을 걷는데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누군가 다음 마을까지 짐수레에 태워준다고 했을때 야고보 성인이 '아닙니다. 저는 오직 걸어서만 선교활동을 할 겁니다.' 라고 말했을까? 그가 어떻게 길을 걸었는지 ..

산티아고 순례길, 뒤돌아볼 땐 얼굴을 찌푸리지 말자

- 하루 종일 해가 내리 쬔다. 밤 열시가 되야 해가 진다. 해가 지면 잠에 든다. - 빨래가 아직 덜 말랐는데 해가 벌써 졌다. 불이 다 꺼지니 달빛이 유독 더 밝아 보인다. 달빛에 의존해 오늘 일기를 쓴다. 컴컴해서 잘 보이진 않지만. 어차피 예쁜 글씨는 아니니까. 노트 밖에만 쓰지 않으면 되지 뭐. - 하루를 기록 한다. 이제는 잘 기억나지 않을 그 때를. 그 때 느꼈던 그 감정 그대로 적는다. 내가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는걸 내 일기장은 증명해 줄 수 있다. - 오늘 내 하루가 어땠는지 적으려는데 기억 나는게 없다. 중간에 에스프레소 한 잔 사먹으려고 1유로를 썼고 알베르게 값으로 10유로를 지불했다. 이건 가계부야? 일기장이야? - 오늘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멍- 하니. 청보리 밭 사이..

산티아고 순례길, 아무리 먹어도 채워지지가 않는다.

- 여전히 먹고 싶은건 없다. 하지만 배는 고프다. 입에 뭐라도 넣어 본다. - 일어나 사과 한 쪽. 가게들이 문을 열었으니 커피 한잔과 보카딜로Bocadillo 하나. 갈증이 날 때마다 물 한 모금.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주는 파라솔 밑에서 콜라 한잔. 한국인은 밥심이니까 저녁으로 빠에야Paella 한 그릇. - 너무 뜨겁지도, 세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은 햇살이다. 그냥 맞고 있으면 화상을 입어 버릴 정도로 스페인의 태양은 너무 강렬하다. 오늘도 어김없이 마을 하나를 지나가는데 작은 개천 옆에 카페 하나가 문을 열었다. 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마시는 커피 한잔의 매력은 날 꼬시기에 충분했다. 잠깐 저기에서 열 좀 식히고, 배 좀 채운뒤에 걸어볼까. 평소와 다르게 초리조Chorizo 샌드위치를 하나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