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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노란 화살표

MUSON 2021. 12. 17. 00:55

Camino de Santiago 2016
Camino de Santiago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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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걷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사람들만 잘 따라가도 길을 헤메지 않는다.
게다가 길을 헤메이기 힘들 정도로 노란 화살표가 잘 보인다.
예전엔 표식이 적어 길 위에 돌멩이를 쌓아 표시해두었다고 한다.
이제는 조금만 큰 마을에 가도 인도 위에 까미노를 안내하는 타일들이 깔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례자가 다른 길로 가고 있으면 마을 사람들이 길을 나서서 길을 알려준다.

처음에는 그저 길을 걷기 위한 안내 표식이라는 개념으로 화살표를 찾는다.
계속 그 표식이 보여야 내가 길을 잘 가고 있다는 안도감이 든다.
내가 바른 길로 가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해진다.

그러다 오랜 시간 길을 걷다보면 종종 다른 생각들을 하곤 한다.



이게 맞는건가.
벗어나 볼까.
여기는 도대체 어디지.



이런 생각이 들 때 쯤 화살표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길이 하나 밖에 없는데도 다른 길이 있는건 아닌지 불안해 한다.
그늘 한 점 없는 뙤약볕에 나 혼자 서 있다.

눈물이 난다.

이게 답이 아니라는걸 깨닫고 다시 걷기 시작하면 얼마 안가 노란 화살표가 보인다.
내가 그렇게 찾던건데 여기 있었네.
그래도 내가 헤맸을지언정 결국엔 맞는 길로 왔구나.

 

 

 

Camino de Santiago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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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어두운 세상에서 밝고 따뜻한 장소로 향하는 노란 화살표를 따라갈 수 있는 능력을 주심에 감사합니다. 배고픈 세상에서 우리의 몸과 마음, 정신을 위한 음식을 가짐에 감사합니다. 외로운 세상에서 가족과 친구들을 가지는 선물을 주심에 감사합니다." @Grace before meal at Grañón alber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