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았던 곳/해외

산티아고 순례길, 뒤돌아볼 땐 얼굴을 찌푸리지 말자

MUSON 2021. 12. 17.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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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해가 내리 쬔다.
밤 열시가 되야 해가 진다.
해가 지면 잠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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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가 아직 덜 말랐는데 해가 벌써 졌다.
불이 다 꺼지니 달빛이 유독 더 밝아 보인다.
달빛에 의존해 오늘 일기를 쓴다.

컴컴해서 잘 보이진 않지만.
어차피 예쁜 글씨는 아니니까.
노트 밖에만 쓰지 않으면 되지 뭐.

 

 

 

Camino de Santiago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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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기록 한다.
이제는 잘 기억나지 않을 그 때를.
그 때 느꼈던 그 감정 그대로 적는다.

내가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는걸 내 일기장은 증명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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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 하루가 어땠는지 적으려는데 기억 나는게 없다.
중간에 에스프레소 한 잔 사먹으려고 1유로를 썼고 알베르게 값으로 10유로를 지불했다.
이건 가계부야? 일기장이야?

 

 

 

Camino de Santiago 2016
Camino de Santiago 2016
Camino de Santiago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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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멍- 하니.
청보리 밭 사이를 하염없이 걸었다.

끝.

 

 

 

Camino de Santiago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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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이 걷고 알베르게에서 잠을 청한다.
그 곳은 그날의 종착지이고 하루를 마감하는 곳이다.
자고 일어나면 어느새 어제의 종착지는 오늘의 출발지가 되어 있고 하루를 시작하는 곳이 된다.

이정표에 산티아고까지 남은 거리가 짧아질 수록 걸음이 느려지지만.
산티아고에 도착한다는건 내 인생이 끝나는게 아니다.
그 곳은 또 다른 출발지가 될 것이다.

지난 모든 시간들은 그저 지나간 시간일 뿐.
내일을 살기 위한 디딤돌일 뿐이다.
여지껏 살아온 내 삶이 내 미래는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