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84

낯선

여기만 지나면 내가 여태껏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일 것 같은데. 지금 여기가 내게 너무나 편안해서. 여기서 한발 한발 걸음을 내딛는게 힘들고 망설여진다. 햇빛도 잘 들지 않고 먼지 가득한 벽에 기대어 저 너머를 바라본다. 시원한 바람에 맛있는 냄새가 뒤엉켜 벌써부터 내 코를 간지럽힌다. 내가 여지껏 보지 못한 태양에서 뽑아 낸 듯한 화려한 불빛들이 있다. 아. 나는 곧 이 먼지구덩이를 벗어나 저 곳에 갈 것이다. 하지만. 나는 조금이라도 이 먼지 냄새나는 곳에서 더 머물고 싶다. 내 공간은 어두운 방안에 하나의 조명 하나뿐이다.

일상다반사 2013.12.19

Blue Mountains. Sydney, Australia

@Blue Mountains오랜 시간을 한국에서 살다가 호주에 가게 되면 가장 이국적으로 느끼는 것 중에 하나가 지평선이다.바다에 가면 볼 수 있는 수평선과 달리 한국엔 많은 산들 때문에 지평선을 볼 수가 없다.겹겹이 솟아 오른 산 들 때문에 나는 지평선이라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한채 살았다.그렇게 호주에 있던 시간이 꽤 지났을 때 쯤 나는 블루마운틴으로 트레킹을 갔다.그리고 웃기지만 나는 거기서 한국을 떠올렸다. 블루마운틴 국립공원에는 세자매봉이라는 사암 암석이 있다.호주의 국립공원에 세자매봉이라니 우리나라 형제봉 같은 느낌이라 산사람들의 작명 센스가 다 비슷한가 싶었다. 혹시나 번역이 잘못된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안내 표지판을 보니 정확하게 Three Sisters 라고 적혀 있었다.아름다운 세자매가..

버스 노선 알아가기

버스 노선을 알아 갈 때 쯤에는 그 동네를 떠나게 된다는 말이 7개월 정도 살고 있는 시드니에서도 일어났다. 교통 요금이 비싸서 걸어다닌 탓에 왠만큼 힘들지 않는한 어느 정도 거리는 걸어다니고 있다. 내가 시드니에서 머물렀던 동안 my bus1 travel 10 티켓을 산적이 5번도 안되는것 같다. 오직 시티에서 집으로 오는 버스 하나만 알고 있었는데 요즘엔 다른 버스를 탈 때도 있다. 호주의 버스는 2-30분에 한대가 오고, 정류장을 안내하는 방송이 없어서 처음에 굉장히 힘들었다. 이젠 버스 기다리는게 힘들지도 않고, 내가 내리고 싶을 때 맞춰서 내린다. 문득 이제 적응 했구나 싶었는데 그게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는걸 알려주는 거라는걸 모른체 하고 있었다. 그렇게 모른체하는 동안 나는 버스 티켓 하나를..

일상다반사 2013.11.24

건강

네가 살아있다면 네가 죽을 때까지 해야 할 일은 건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전에 할부로 산 최신 전자기기도, 큰 맘 먹고 산 가죽 소파도 언젠가 다 폐기물 스티커 하나 붙이고 버려질 것이다. 하물며 네가 꾸는 꿈 마저도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버려질 것들이다. 하지만 네 자신은 네가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가 없다. 네가 입는 옷은 네가 안전하려고 입는 것이고, 네가 먹는 음식은 네가 살아있으려고 먹는 것이고, 네가 잠을 자는 것은 네가 오래 살기 위해 자는 것이다. 인생을 즐겁게 살고 싶다면 이 하나도 소홀이 하지 마라. 타인의 삶을 살려고 하지 마라. 어차피 너는 아무리 발버둥쳐봤자 네 자신을 버리지 못한다. 그러니 네 자신을 학대하지 마라. 이 모든 것은 한 순간이며 곧 지나쳐갈 것이다. 지금 너를 ..

일상다반사 2013.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