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Sainte, Anne

MUSON 2012. 1. 11. 16:16
성녀 안나의 얼굴의 복제화 (다빈치의 "성녀 안나와 함께 있는 성모와 아기예수" 루브르 소장품) 
(Copie du visage de sainte Anne dans "La Vierge, 
l'Enfant Jésus et Sainte Anne" de Léonard de Vinci (Louvre))
레옹 조제프 플로랑탱 보나(Leon Joseph Florentin Bonnat)


성녀 안나는 예수의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의 어머니 되시는 분이다.
그녀의 일생에 대한 역사적 사실은 성서나 기타 교회 서적 중에서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러나 초기 교회의 많은 교부들, 특히 다마스쿠스의 성 요한 사제학자는 성모의 양친인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에 대한 좋은 저술을 했다.
그가 저술한 책에는 성녀 안나가 구약 시대의 유명한 예언자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와 비슷하다고 기록하고 있다.
 
늙도록 아이를 낳지 못한 안나는 후손을 얻기 위해 매일 기도했으나 그 기도가 아무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요아킴 역시 사제에게 제물을 바쳤으나, 예루살렘의 제관들은 자녀가 없다는 것은 곧 주님께 버림을 받은 표시라는 망상에서 그 제물까지거절하고 더우기 욕설로써 대했다.
그래도 안나는 이 모든 욕설을 눈물로 참으며 오직 하느님께 자녀를 주시기만 기도했다.
이만큼 하느님께 의탁하는 마음은 컸다.
그리고 혹 자녀를 주신다면 감사하는 마음에서 이를 하느님께 바치기로 결심했다.
그 비할 데 없는 인내심은 마침내 상급을 받을 때가 왔다.
즉 안나에게 태기가 있어 그로부터 10개월만에 여아를 낳은 것이다.
이가 바로 천주의 모친이 되신 영원한 동정녀 마리아이시다.
소원 성취한 그들이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안나는 아이가 아무리 귀엽다 하더라도 전에 한 약속을 어기는 부인은 아니었다.
마리아가 4, 5세가 되던 해에 그녀는 마리아를 예루살렘 성전에 데리고 가서 대제관에게 자기의 뜻을 말하고,
그녀를 하느님께 봉헌하였다.
안나는 예수의 조모로서 선택된 말할 수 없는 영광의 신분이 되었다.
이로써 그녀가 얼마나 뛰어나고 훌륭한 덕행의 소유자인지를 알 수 있다.
비록 그녀에 대한 자세한 역사적 사실은 알 수 없다 하더라도 앞에 말한 바와 같이 다마스쿠스의 성 요한 사제 학자가 성녀 안나를 찬양하는 말씀에, 구약의 대 예언자 사무엘의 어머니에 관한 구약 성서 구절을 인용했으니, 지금 그 말씀을 더듬어서 어느 정도 그의 모습을 탐지하기로 하자.
그 말씀 첫 구절에, "누가 어진 아내를 얻을까? 그 값은 진주보다 더하다.
남편은 넉넉히 벌어 덜이는 아내를 믿고 마음이 든든하다.
백 년을 한결같이 속 썩이지 않고 잘해 준다"(잠언 31장 이하).이 말씀을 보면 안나가 얼마나 교양이 깊은분이며, 훌륭하게 가정을 보살피어 남편으로 하여금 조금도 집안 걱정을 하지 않도록 한 현명한 부인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양털과 모시를 구해다가 손을 놀리니 즐겁기만 하구나. 마치 상선과도 같아 멀리서 양식을 구해 온다.
아직 어두울 때 일어나 식구들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고 여종들에게 일을 맡긴다.
밭을 사도 잘 생각해서 사고 제 손으로 벌어 포도원을 장만한다.
허리를 동인 모습은 힘차고, 일하는 두 팔은 억세기만 하다.
머리가 잘 돌아 하는 일마다 잘되고, 밤에 등불이 꺼지는 일도 없다.
손수 물레질을해서 손가락으로 실을 탄다" 이상 말씀으로써
그가 얼마나 부지런한 부인이었던가를 알 수가 있다.
30년간 이마에 땀을 흘리며 매일의 생계를 꾸려나간 예수 그리스도의 조모로서 있을만한 일이다.
세상에는 일반적으로 노동을 싫어하는 폐풍이 있다.
할 수 없을 때가 아니면 대개 노동을 기피한다. 그란 노동을 즐기고 거기에서
실질적인 행복을 찾았던 안나의 생애는 일반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는 것이라 하겠다.

그녀는 자비심도 보통이 아니었다 한다. 즉 "그녀는 가난한 자에게 손을 열고 구차한 자에게 손을 폈다"하셨다.
주님께서는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런 어린이 하나를 받아들이면 곤 나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마르 9, 37). 하셨다.
자선하는 일은 어떤 사람에게 하든지 곧 당신께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갚아 주시겠다는 말씀이다.
안나가 성모 마리아의 어머니로 간택된 것도 역시 이 자선하는 마음이 깊었음이 그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안나는 천상적 지혜가 충만한 분이었다. ’그는 입을 열면 지혜를 말하나니, 온화한 법이 그의 혀에 있다.."
물론 이런 지혜는 세속적 지혜는 아니다. 주님의 의향을 따라, 할 것과 하지 말 것을 구별하는 지혜이다.
그의 따님 마리아는 ’상지의 옥좌’라는 칭호를 받는 지혜의 소유자 였다.
그러나 이러한 지혜의 기반도 그가 어렸을 때 부터 애정이 두터운 어머니의 입에서 가르침을 받은 덕분이라고 누가 말하지 않겠는가?

끝으로 안나에게 있어 특별한 성덕은 하느님을 경외(敬畏)하는 마음이었다.
"많은 딸들이 재산을 모았으나 너는 저들을 초월하도다. 애교도 믿지 못할 것이요, 아름다움도 헛된 것이다.
주님을 두려워하는 부인은 찬미를 받으리로다."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마음, 이것 역시 안나에게 있어서는 예수의 조모로서의 영광을 받게 된 중대한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안나는 현명, 근면, 자비, 상지, 경외라는 여러 덕행을 담뿍 지닌 아름다운 마음의 소유자요,
구세주를 손자로서 모시게 된 분이지만, 그녀가 언제 별세했는가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탐지할 길이 없다. 오직 복된 선종을 이루었고, 지금 천국에서 손자 예수와 딸 마리아와 더불어 영원한 복락을 끝없이 누리고 있다는 것만은 의심 없는 사실이다.
성녀 안나의 유해는 8세기 시초에 유다에서 콘스탄티노플로 옮겨졌고, 황제 유스티아노 2세에 의해 무덤 위에 웅장한 성당이 건립되었다.
그 후 성녀의 전구로 많은 기적이 일어났으므로 그녀를 수호 성녀로 모시는 수도원도 많이 설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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