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븐에 냉동 피자를 넣고 데워지길 기다리고 있다.
예열도 안되어서 그런지 시간이 좀 오래 걸릴 것 같다.
배는 고프고 어디가서 뭐 할 기력도 없다.
그냥 오븐 앞에 주저 앉아 피자가 데워지기만을 기다린다.
오늘 낮에 있던 일들을 생각하다가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다.
미세한 열기와 함께 뿜어져 나오는 빛으로 시선을 옮겼다.
저기에 내가 먹을 피자가 있고, 지금 그 피자는 맛있어 지는 중이다.
시간이 되면 나는 오븐을 열고 피자를 꺼내 그냥 이 자리에서 먹어야지.
허기를 달랠 피자 한조각에 식탁까지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시간이 흘러가는 것만 느끼며 가만히 앉아있었다.
싱크대 위에 오븐에서 꺼낸 판을 올리고 얼마나 뜨거울지 모를 피자를 손가락 끝으로 도우 부분을 살짝 살짝 찔렀다.
밖으로 나온 피자는 생각보다 금방 식었고 금새 먹기 좋은 온도가 되었다.
살짝씩 찔러 보던 양쪽 모서리 끝을 잡고는 먹기 좋게 오므렸다.
이 냉동 피자는 그냥 한입에 넣긴 좀 크다.
더 식으면 치즈가 굳어 버리니 조금은 뜨겁지만 늘어나는 치즈를 상상하며 앞니로 끝을 살짝 베어 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