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연락하기

MUSON 2012. 2. 23. 18:22

 

 

@을숙도

갑자기 부산으로 떠난 이유는 다른 이유 없어.
그냥 서울보다 따뜻하기 때문에 그곳으로 가기로 했지.
어디 편하게 쉬다 올 수도 있었지만 난 여행이 하고 싶었고, 여행이 하고 싶었지만 추위에 떨고 싶진 않았어.
그렇게 떠난 부산은 역시 따뜻했어.
하지만 부산은 정말 큰 도시라 나는 어디로 발걸음을 옮겨야 할 지 몰랐어.
시끌 시끌한 거리보다는 인적 드문 산책길을 좋아하니까 말야.
그래서 부산 관광지도를 펼쳐들었고 한 쪽 구석에서 을숙도를 찾았어.

을숙도.
부산 관광책자에도 적혀있었고 에코센터도 있었는데 부산 사람들은 거기가 어딘지 잘 모르더라.
그게 내겐 더 흥미를 더해줬지.
알아보니 을숙도는 철새도래지였어.
매력있지 않아? 철새도래지라니! 분명 물과 풀이 뒤엉켜있는 곳이겠지!
해질 무렵에 가면 노을 빛에 타들어갈 억새풀들을 상상했어.

다행이도 섬까지 다리가 놓여 있어서 들어가는 버스가 있었어.
버스에서 내리고 들어가니 정말 딱 맞춰 해가 지기 시작하는거야.
이야. 나는 신이 나서 섬 안쪽으로 들어갔어.
그리고 나 말고도 그 곳을 찾아 사진을 찍고 계시는 어르신도 보았지.
어쩌면 이 분도 나와 같은 생각으로 이곳에 와 계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이렇게 도시에서 가까운 곳에서 철새를 볼 수 있다는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거든.
하지만 철새를 볼 수 있을까? 라는 기대는 없었어.
부산이 따뜻하긴 했지만 역시 겨울은 겨울이었거든.

걸음을 옮겨서 본 풍경은 그리 멋지진 않았어.
노을을 등에 지고서 앙상한 가지를 내보이는 나무가 외로워보였고, 얕게 고인 물위로는 작은 새들이 조용히 쉬고 있었지.
섬 주변으로 놓여 있는 대교와 육지의 불빛속에 그곳은 다른 차원이었어.
해는 금방 져버렸고, 빛이라곤 육지의 네온사인의 짧은 빛이 전부였지.
'여기서 조금 앉아 있어야겠다' 라는 생각을 했어.

고개를 돌려 앉을 만한 곳이 있나 찾아보았는데 의자는 커녕 커다란 돌맹이도 보이지 않았어.
아, 여기 아무것도 없네!
그러고보니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고, 내가 돌아갈 길을 밝혀줄 가로등 조차도 없었어.
그리고 지금 내가 여기 있는걸 아는 사람도... 없었지...
난 정말 아무것도 없는 섬에 혼자 놓여져 있었어.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컵케이크  (2) 2012.02.24
여름에  (0) 2012.02.23
사진 그림  (0) 2012.02.23
따뜻했던 겨울 햇살  (0) 2012.02.23
기스  (0) 2012.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