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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개 ㅡ 장준영

- 집 밖으로 나와 어디를 가던간에 매번 꼬옥 챙기는 것이 있다면 그건 '집 열쇠' 였다. 집 근처에 잠깐 산책을 나갈 때도, 짧지도 길지도 않았던 외국생활에도 크게 쓸모 없었던 열쇠 하나를 언제나 몸에 지니고 다녔다. 그건 내가 돌아 갈 수 있는 곳을 알려주는 작은 징표였고, 다르게는 나의 존재의 기원을 알려주던 상징이었다. 주머니에 들어있던 작은 열쇠 하나만으로도 내가 어디에 있던 무엇을 하던간에 어떤 상황에서도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정서적 위로는 낯선 길을 걷다 서늘한 바람을 들이 마쉴때 마저도 안정감을 주었다. '집'이라는 단어. 그 한 글자의 단어에 담긴 힘이 얼마나큰 안도와 위안을 주는지 깨달아 본 적이 있는가. 정처 없이 길을 걷고 헤메이다 해가 넘어갈 무렵 사방이 막힌 벽과 비를 피..

킬링 디어 (The Killing of a Sacred Deer, 2017)

누군가는 죗값을 치루어야 한다.그걸 내가 선택 할 수 있을까?그 선택을 너는 받아들여 줄 수 있을까. @킬링 디어 (The Killing of a Sacred Deer, 2017) USA2017 ‧ Drama/Mystery ‧ 2h 1m/감독요르고스 란티모스 Yorgos Lanthimos/출연콜린 파렐 Colin Farrell (스티븐 머피 Steven Murphy)니콜 키드먼 Nicole Kidman (안나 머피 Anne Murphy)배리 케오간 Barry Keoghan (마틴 Martin)

냉동만두

나는 아직도 그 때를 기억합니다.당신에 대한 기억이 그것 뿐이라는 것이 슬픕니다. 늦은 새벽 잠에서 깨어 침대 밖으로 나왔을 때 부엌에서 허기를 달래던 당신.냉동만두를 꺼내 먹던 모습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새하얗게 얼어있던 만두를 당신은 냉동실에서 그냥 꺼내먹었습니다.구워지지도 찌워지지도 않았던 그 만두.꽝꽝 얼어있던 만두를 전자렌지에 살짝 녹여 딱 먹을 수 있을 정도로만 녹았던.말랑 말랑하지도 않고 바삭하지도 않았던.얼마나 급했던건지.얼마나 허기가 졌던건지.당신은 냉동실에서 꺼낸 만두를 그냥 먹었습니다.

일상다반사 2019.01.10

What I want

나도 모르겠다. 담배 한대를 태우려 라이터에 불을 붙인다. 드드륵 거리는 소리와 함께 담배가 불에 타들어가기 시작한다. 내가 원하는게 뭘까. 현재에 충실해 지금을 즐기며 살자고 외친다. 눈 앞에 닥친 현실은 그저 피하고만 싶을 때도 많기에 잊지 말자고 몸에도 새겼다. 조금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이 정도의 인내는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 마저도 즐기고자 억지로라도 미소 지으며 살았다. 이 억지 웃음이라도 사라지면 그땐 끝이라도 생각했다.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보니 아직도 잘 씻기지 않은 비누거품이 군데 군데 묻어있고 눈에 비누라도 들어갔는지 여긴 찌푸려진게 아니다. 그래. 그냥 돌아왔다고 생각하자. 나중에 못해 볼 경험을 해봤다고 생각하자. 나는 그저 길을 잘못 들은것 뿐이다. 어느쪽으로 가야 내가 원하는 곳..

일상다반사 2016.08.06

새해맞이 등산

새해를 맞아 등산을 하고 싶다는 동생의 바램을 들어주고자. 그리고 나도 뜻 깊은 하루를 보내고 싶은 마음에 짧은 수면 시간을 보내고 일어나 등산을 시작했다. 빠르게 움직였다가도 한발 한발 신중히 딛을 수 밖에 없었던 겨울 산. 그저께 내린 눈이 아직 녹지 않았을 걸 잊은채 아무것도 모르고 올랐다.아이젠이 무어냐. 커피믹스가 무어냐. 정상에 올랐으면 됐지. 새해 첫날을 정상에 올라 해맞이 하면 되는거 아니겠는가.우리가 올라가고 있을 땐 이미 정상에서 해돋이를 보고 내려오는 많은 사람들과 부딪혔지만 그게 무슨 대수인가 목표를 달성하는데 조금 늦었을 뿐.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잠 한 숨 더 잔거에 대한 후회는 없었다. 게다가 새벽보다 따뜻한 햇살과 함께 오르지 않았는가. 유난히도 짙은 파란색을 보이던 하늘. ..

일상다반사 2016.07.21

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2 Days in Paris, 2007)

-매 순간 모든 각도에서 세상은 파일로 저장된다.-달라진 그의 말투를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착각하고,그의 입에서 그 말이 먼저 나와 상처 받을게 두려워 내가 헤어지자고 하고. @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2 Days in Paris, 2007)96 min / Comedy, Drama, Romance, / France , Germany /감독줄리 델피 Julie Delpy/출연줄리 델피 Julie Delpy (마리온 역)애덤 골드버그 Adam Goldberg (잭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