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 가방을 내려놓고서 아무것도 없이 발걸음 하던 골목길이 있었다.
그 곳에 가면 누군가가 공깃돌이나 토끼풀과 함께 나를 불렀다.
그러던 어느날인가 골목길에서 같이 놀던 친구들이 보이지 않았다.
학교가 끝나면 학원을 가는 친구들이 해가 지날 수록 늘어났다.
친구들을 만나러 가고 싶었던 속셈학원, 피아노학원, 미술학원, 태권도학원, 컴퓨터학원을 엄마는 보내주지 않았다.
나는 혼자 그네를 타며 하늘을 날았다가 다시 땅에 내려왔다.
친구가 꼭 필요한건 아니었다.
혼자서 집에서 할 수 있는건 많았다.
물감으로 손톱에 색깔도 칠해보기도 하고, 우산으로 집을 만들어 내내 비를 구경하기도 했다.
숙제도 할 것이 많았고, 공부를 위해 책도 읽어야 했다.
그러다보니 혼자 할 수 있는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다.
엄마가 미술 학원에 보내주었다.
상에 도화지 펼쳐 놓고 그림을 그리던 나는 이젤을 놓고 앉아 그림을 그리는 언니들이 멋있어 보였다.
그리고 내가 그 언니들과 이젤을 나란히 하고 앉을 때 쯤에 나는 미술 학원을 그만 뒀다.
피아노가 쳐보고 싶었다.
엄마가 피아노 학원에 보내주었다.
성당에서 미사를 드릴 때마다 반주하던 언니가예뻐보였다.
그리고 내가 반주를 도와줄 수 있을 때 쯤에 나는 피아노 학원을 그만 두었다.
성적을 올려 보고 싶었다.
엄마가 속셈학원에 보내주었다.
시험 성적표를 가장 먼저 받는 친구가 부러웠다.
그리고 내 성적이 조금 오르자 나는 속셈 학원을 그만 두었다.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 (0) | 2021.12.16 |
---|---|
그날의 인사 (0) | 2021.12.16 |
욕구 단계 이론 Hierarchy of needs theory (0) | 2020.01.09 |
T2 tea (0) | 2019.11.21 |
2012년 10월 21일 3시 58분에 작성한 글입니다. (0) | 2019.1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