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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되는 생일이야.
스무살이 되다니. 어쩐지 바보스러운걸.
난 스무살이 되는 준비 같은거 전혀 돼있지 않았거든.
묘한 기분이 드는게.
어쩐지 뒤로부터 무리하게 떠밀려 온 것만 같아.
내 생각엔 18살, 19살 사이의 사람들은 좀 충격을 받아야 될 것 같아.
18살이 끝나면 19살이 되고, 19살이 끝나면 다시 18살이 되는 거야.
그렇게 될 수 있다면.
그게 가능하다면 모든것이... 더 편해질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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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게 혼자 여행을 다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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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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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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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을 좋아하는 인간이란 없는 법이야.
억지로 친구를 만들지 않는 것 뿐이지.
그런 짓을 해봤자 실망할 뿐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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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은? 다들 어디 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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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무덤에 계시고, 언니는 약혼자와 데이트 하고 있어요. 어딘가 드라이브라도 갔겠죠.
다음은 아버지인데.. 작년 6월에 우루과이에 간 채 돌아오지 않았어요.
군대 있을 때 사귄 사람이 우루과이에 농장을 가지고 있으니 거길 가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냐고 했나봐요.
갑자기 그 말을 꺼내더니 혼자서 그대로 비행기를 타고 가버린거죠.
머리가 좀 이상해요, 우리 아버지는.
난 부모님을 갑자기 잃으면 어떻게 될까 자주 상상해 봤었어.
지금 그게 현실이 되고 나니까 아무것도 아닌거야.
슬픔도 없고, 상처 받지도 않았고, 버려졌다는 느낌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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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들이 널 정말로 사랑했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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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은 아니었을거야.
그렇지만 그렇다고 생각할래.
적어도 한 번 쯤은 진실한 사랑을 느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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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진실한 사랑이란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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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지금내가 선배에게 딸기 쇼트 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얘기하면 말예요.
그러면 선배는 모든걸 집어치우고 그걸 사러 달려 나가는거에요.
그리고 헐레벌떡 돌아와서 '자, 미도리. 딸기 쇼트 케이크야.' 하고 내밀겠죠.
그러면 나는 '흥, 이따위 것. 이젠 먹고 싶지 않아.' 그러면서 그걸 창문으로 휙 내던지는 거에요.
내가 바라는건 그런거란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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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건 사랑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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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내가 듣고 싶은 대답이 있어.
'알았어, 미도리. 내가 잘못했어. 난 당나귀 똥만큼이나 바보같고 무식한 것 같아. 사과 할 겸 다시 한번 다른 걸 사다 주지. 무엇이 좋아? 초콜릿 무스? 아니면 치즈 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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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어떻게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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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렇게해서 받은 것 만큼 어김없이 상대방을 사랑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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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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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키를 정말 사랑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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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사랑하고 있지도 않았는데.' 라는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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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하지만 이것만은 이해해줘.
나와 키즈키는 정말 특별한 관계였어.
우리는 세살 때인가부터 함께 놀았어.
서로에게 모든 얘길 다 했고, 항상 서로를 이해했어.
우린 그렇게 자랐어.
처음 키스를 한게 국민학교 6학년 때였어.
정말 멋있었지.
내가 처음 생리가 있었을 땐 그 사람한테 달려가서 엉엉 울었어.
어떻든 우린 그런 관계였어.
그런데 키즈키가 죽고나서는..
그러니까 그 사람이 죽은 뒤로는 어떻게 사람들과 접촉해야 할 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어.
사람을 사랑하는게 어떤것인지 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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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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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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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릴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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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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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 전에 나. 좀 더 나를 정리해 두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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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까지 기다려 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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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기다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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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와타나베!
지금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알아?
아주 크고 편안한 침대에 눕고 싶어.
그리고 네가 다가와서 내 옷을 벗겨 주는거야.
천천히, 부드럽게, 아주 편안하게..
난 완전히 정신이 나갔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서는 소리를 지르는거야!
'그만, 와타나베! 그만해. 나는 널 많이 좋아해.'
그렇지만 난 다른 사람을 보고 있는거야.
난 너에게 멈추라고 사정하는 거야.
그렇지만 넌 멈추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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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게 지금 네가 원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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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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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좀 전에 돌아가셨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그저 당신한테 먼저 알리고 싶었을 뿐이에요.
장례식엔 오지 말아요.
나, 그런거 싫어하니까.
그런데서 당신을 만나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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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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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포르노 영화 구경시켜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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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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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게 지저분한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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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찾아볼게. 그런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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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차라리 진짜로 우루과이에 가셨다면 좋았을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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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여행을 하면서 줄 곧 와타나베를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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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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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라니. 무슨 말이에요. 그게?
좋아하니까 그런거지. 뻔하지 않아요?
그 밖에 무슨 이유가 있다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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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가 너에게 짐이 되어야 하는건데?
넌 너대로 살아.
그리고 우리 같은 사람들은 상관 말라고. 알아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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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넌 틀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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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넌 지금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어. 알아?
나에게서 떠나.
그렇게 해.
스무살이 됐으니까 그래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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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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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알잖아, 키즈키.
너와는 달리 나는 생을 선택했다는거.
그리고 될 수 있는한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네가 몹시 힘들었다는거. 난 상상할 수 있어.
그렇지만 너도 내가 어떨지 상상해봐.
네가 죽었을 때.
나오코를 내게 남겨놓고 떠났을 때.
난 절대 나오코를 떠나지 않겠다고 다짐 했어.
왜냐면 그녀를 사랑하니까.
그렇지만 나는 계속 더 강해져야만 한다고..
너와는 달리 나는 계속 나이를 먹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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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과 헤어졌어요. 깨끗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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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널 정말 좋아해.
마음으로부터 널 좋아해.
하지만 어쩔 수가 없어.
지금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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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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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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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가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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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할 수 없어. 어려운 상황이라..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단지 그게 인간으로서 갖게 되는 책임이라는거야.
넌 쉽게 지워버릴 수 없을 거고.
내가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녀가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해도.. 난 그것을 저버릴 수가 없는거야.
시간이 필요해.
용서해 줘.. 지금 당장 내가 부탁할 수 있는건 이게 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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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기다릴게.
널 믿으니까.
하지만 나를 가질 때는 나만을 가져야 해.
나를 안을 때는 나만을 생각해야해.
내가 말하는 뜻 알겠어?
내게 무슨 짓을 해도 상관 없지만 상처만은 입히지 말아줘.
나.. 지금까지 인생에서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아서 더 이상은 상처 받고 싶지 않아.
행복해지고 싶은거야.
안아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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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날 영원히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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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을게. 네 곁에 항상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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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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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널 절대 잊지 않을게.
나오코는 죽었다.
사랑했던 사람을 잃는 슬픔을 치료해 줄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건 이런 비극을 껴안은 채 살아야 한다는 것 뿐이다.
그리고 또 누군가를 잃으면 또 그만큼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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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지금 어디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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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 : 상실의 시대 ノルウェイの森 Norwegian Wood (2010)
드라마 / 일본 Japan / 133min
감독
트란 안 훙
출연
마츠야마 켄이치(와타나베 토루), 키쿠치 린코(나오코), 미즈하라 키코(미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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